사회복지법인 비리에 칼겨눈 서울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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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법경찰法 개정후 첫 수사
미근무 직원 2100만원 지급 혐의… 마포구 법인 이사장 입건
경찰 수사의뢰 대신 직접 나서

서울시가 모 사회복지법인 이사장의 사회복지사업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올 1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수사 권한을 갖게 된 이후 서울시가 진행하는 첫 수사다. 기존에는 혐의가 포착되면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마포구의 한 사회복지법인 이사장인 A 씨(71)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A 씨는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직원에게 2100만 원가량의 급여를 지급(이후 반납)한 혐의(사회복지사업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그 밖에 법인 계좌에서 직원의 개인 계좌로 업무와 무관한 돈이 입금된 명세도 발견됐다. 특사경은 9일 복지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 중이다.

이번 수사는 합동 점검을 벌인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의 의뢰로 이뤄졌다. 장애인복지정책과와 마포구는 5월 18일부터 약 일주일간 이 복지법인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운영 실태를 발견했다.

점검 결과 우선 사회복지법인의 설립 이유라고 볼 수 있는 ‘목적 사업’의 수행 실적이 턱없이 적었다. 통상 사회복지법인들은 목적 사업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다. 순이익의 70% 이상을 목적 사업에 지출해야 한다. 이 법인은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결연 및 후원사업, 장학사업 등을 행한다’는 목적 아래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로 용역 사업을 벌이며 지난해 127억 원을 벌어들였다. 2013∼2017년 연간 순이익은 4000만∼2억4000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목적 사업에는 연간 약 400만∼2500만 원밖에 쓰지 않았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이 지출 명세마저 부풀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애인 복지를 위해 사업을 벌인다고 했지만 사실은 일반 기업처럼 운영하면서 세제 혜택을 누린 것으로 의심된다.

또 이 복지법인은 팔거나 임대하려면 시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기본 재산에 대한 관리 규정도 어겼다. 기본 재산으로 등록된 경기 광주시의 토지에 송전탑을 설치하는 대가로 약 8000만 원을 받았지만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사회복지법인 재무 회계 규칙에 따라 구분해 정리하도록 돼 있는 법인 회계와 수익사업 회계가 혼합돼 처리되는 등 장부 운영도 불투명했다.

이에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는 특사경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으로 16일 청문회를 열어 A 씨의 해임을 논의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시장이나 도지사는 정당한 명령을 불이행하거나 불법행위가 발견됐을 경우 사회복지법인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 청문회에 출석한 A 씨는 사실 관계를 대부분 인정했지만 고의성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경은 첫 수사인 만큼 증거자료를 꼼꼼하고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복지법인이 법인 고유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사회복지법인#사회복지사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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