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여아 통학차 질식사, 7시간동안 아무도 몰랐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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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車 관리부실… 비극 되풀이

경기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4세 여자아이가 통학차량에 갇혀 숨진 사건은 총체적 관리 부실이 빚은 비극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어린이집 관계자들, 한결같이 “몰랐다”

18일 경찰과 어린이집 관계자, 유족 등의 말을 종합하면 숨진 김모 양을 태운 운전기사, 인솔교사, 담임교사, 부원장, 원장 모두 7시간이 넘도록 김 양의 부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17일 오전 9시경 김 양을 통학차량에 태웠던 운전기사 A 씨는 어린이집에 도착한 뒤 탑승한 8명의 아이가 모두 하차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바로 운전석에서 내렸고 차량의 문을 잠갔다. A 씨에게서 차 키를 건네받은 원장은 원생들의 등원 여부를 파악하지 않고 당일 차량일지에 서명을 했다.

차량에는 인솔교사 B 씨도 타고 있었으나 역시 하차 인원을 파악하지 않았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말 몰랐다.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양의 담임교사인 C 씨는 이날 출석 체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경찰 조사에서 “외부 손님이 많아서 바빴다”고 했다.

아이들이 등교했는지를 파악하는 임무를 맡은 부원장은 이날 오후 4시경에야 원내 폐쇄회로(CC)TV를 보고 김 양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부랴부랴 원내를 뒤졌다. 김 양을 찾지 못하자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아침에 차를 타고 갔다”는 부모의 답을 듣고 차량으로 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김 양은 이날 오후 4시 45분경 자신이 탔던 스타렉스 차량 맨 뒷자리에서 누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두천 최고기온이 32.2도에 이른 이날 발견 당시 김 양의 체온은 37도가량이었다.

경찰은 김 양이 질식사했을 것으로 보고 19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가 끝나고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 등을 따질 방침이다. 동두천시는 이 어린이집에 대해 폐쇄 등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 되풀이되는 비극…“예방 시스템 도입 절실”

유족들은 망연자실했다. 김 양의 부모는 물도 마시지 못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양의 언니(8)는 무슨 상황인지 알지도 못한 채 밝은 표정으로 장례식장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김 양의 외할머니 강모 씨(69)는 “24일이 손녀 생일이다. 손녀가 ‘엄마, 나 생일날 분홍 드레스 사줘’라고 말했는데 딸(김 양의 어머니)이 그걸 못해줘서 영정을 붙들고 한참을 가슴을 치며 울었다”고 말했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김모 군(6)은 2016년 7월 29일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서 광주의 한 유치원 통학버스에 8시간 동안 갇혀 의식불명이 됐고 2년 넘게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 군의 부모는 주변에 “왜 이런 일(통학버스에 갇히는 사고)이 또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반복되는 비극에 가슴이 아파 말을 잇지 못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극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 통학차량 뒤쪽 끝에 버튼을 설치하고, 이 버튼을 누르지 않고 시동을 끄면 비상 경고음이 울리게 함으로써 운전자가 반드시 하차 인원을 파악하게 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글이 올라왔고 이틀 만에 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찬성했다.

동두천=윤다빈 empty@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박희영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졸업
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
#동두천 어린이집#질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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