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동료 “안희정에 성폭행·성추행 당했다는 고충 전혀 못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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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13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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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안희정 전 충남지사(53·불구속)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김지은 씨(33·전 정무비서)와 긴밀한 관계였다는 직장동료가 13일 “김 씨에게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충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는 이날 오전 10시 5회 공판기일을 열고 안 전 지사의 경선캠프에서 청년팀장을 맡았던 성모 씨(35)의 증인신문을 심리했다.

성 씨는 김 씨 등 캠프 내 이른바 ‘청년 그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히 김 씨와 통화는 물론 스마트폰 메신저로도 평소 많은 대화를 주고받아 김 씨와 가장 가까웠던 인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이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초부터 10개월 동안 카카오톡 100페이지, 텔레그램 18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


성 씨는 “충남도청 운전비서 정모 씨에게 당한 성추행 고민이나, 김 씨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후보 본선캠프로 파견 갔을 때 한 유부남이 추근댄다는 고충을 상담해줬다”면서도 “김 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한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이 제출한 두 사람의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김 씨가 성폭행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스위스 순방 당시에도 김 씨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성 씨는 “원래 ‘업 앤 다운’(Up & Down)이 심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평소 수행 업무에 관한 스트레스를 자주 토로했기 때문에 (출장 당시 보인 반응은) 그 정도 맥락 외에는 특별히 이상할 게 없었다”면서 “피해자가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쏘아붙이는 말투를 쓰고, 평소에는 ‘ㅋ’나 ‘ㅎ’ 등을 섞어 쓰는데, 이때 ‘ㅋ’나 ‘ㅎ’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 씨와 성 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는 김 씨가 지난해 9~11월 ‘이용당하다 버려질 것 같다. 지사님 위해 일하는 게 행복해서 하는 건데 지사님 말고는 아무것도 날 위로하지 못한다’ ‘새 업무를 맡게 됐다. 지사님을 더 알아가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서운하다. 거리감이 멀어지니까’ ‘잔바람이 날 찌른다. 맘에 안들지만 큰 하늘이 날 지탱해준다’ ‘지사님 하나 보고 달리는데 멀어지니까 서운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성 씨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좋아했다고 생각하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엔 “그렇다기보다는,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심이나 존경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성 씨는 지난 3월 5일 김 씨가 JTBC뉴스룸에 출연해 폭로한 일부 피해 내용에 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김 씨는 평소 ‘하늘’이라는 말을 ‘의지되고 지탱하는 존재’로 표현했는데, 그날 인터뷰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존재’로서 하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안 전 지사의 호위무사라고 했던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수행비서는 ‘예스(Yes)라고만 할 수 있고, 노(No)라고 답할 수 없다’고 언급한 부분도 이상했다”며 “평소에 피해자는 ‘예스’라는 의미를 ‘수행비서는 지사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써왔는데, 저렇게(절대권력의 의미) 써서 이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 씨는 “이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됐다”고 했다.

이날 신문에 앞서 김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 측의 증언이 노출되면서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검찰 측 증인은 비공개로 신문해 중요한 증언은 비공개 됐는데 피고인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만 보도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애초 피해자는 재판을 전부 방청하려 했는데 지난번 장시간에 걸친 피해자 증인신문 이후 자책감과 불안감 등으로 불면증을 겪으며 입원치료 중”이라며 “주변의 평가 등을 묻는 방식으로 사실이 왜곡된 채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소송지휘권을 엄중히 행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오전 재판을 마무리하고 오후 2시 재판을 이어간다. 오후 재판에서는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가 증인석에 앉는다. 안 전 지사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민 씨가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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