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창업 전 연습” 공유주방 있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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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방기기-공간 제공… 창업자 수도-전기료만 내고 입주
석달간 실전처럼 요리 만들어 맛-가격 평가 받으며 약점 보완

2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3층에 있는 공유주방 ‘오픈키친’에서 푸드메이커들이 요리하고 있다. 과채잼, 저장식품처럼 
일주일에 2, 3번만 주방을 사용하면 되는 식품업자는 멤버십 사용료를 내고 쓰는 것이 경제적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3층에 있는 공유주방 ‘오픈키친’에서 푸드메이커들이 요리하고 있다. 과채잼, 저장식품처럼 일주일에 2, 3번만 주방을 사용하면 되는 식품업자는 멤버십 사용료를 내고 쓰는 것이 경제적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식당에 들렀다가 시킨 음식이 맛이 없으면 고객은 음식을 남긴다. 따로 셰프에게 ‘왜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말은 하지 않고 다시는 그 식당을 가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식당 주인 역시 대출까지 받아 목 좋은 곳에 식당을 열지만 매출이 따라주지 않아 그만두고 싶어도 부동산 임대차 계약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영업을 계속할 때가 있다. 그러다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속출한다.

자영업자들의 이런 고민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공유경제형 외식창업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최근 커지고 있다.

2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3층 공유식당(프라이빗 키친). 오전 11시 30분이 지나자 맛있는 음식을 튀기고 볶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식당 가운데 식탁과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고, 주변부에 칸막이로 나뉜 식당들이 각자 메뉴를 조리한다는 점에서 일반 푸드코트와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이 식당들의 메뉴는 아직 ‘미완성’이다. 창업을 꿈꾸는 셰프들이 3개월 동안 임차료를 내지 않는 대신 그 시간 동안 소비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부족한 점들을 채워간다.

낮 12시가 되자 서울창업허브의 입주사 직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네 군데 식당 중 맘에 드는 메뉴를 골라 먹은 뒤 ‘품평’을 남긴다. 스마트폰에도 맛 가격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쓸 수 있다. 공유주방을 위탁 운영하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담당자들이 이 의견을 취합해 예비창업자들에게 리포트로 알려준다. “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다는데 이 돈 주고 안 사먹을 것 같다” “음식 비주얼이 별로다”라는 냉정한 이야기도 나온다.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이사(38)는 “외식업 인큐베이팅 사업인 ‘위쿡(WECOOK)’을 시작한 이유는 영세업자들이 ‘그냥 한번 식당 시작해볼까’ 했다가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망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년 동안 증권사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다가 퇴사한 김 대표는 도시락 가게를 열었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만만치 않은 임차료에 고정비용은 계속 올라갔다. 영세업자들이 혼자 비싼 주방기기를 사서 쓰는 것 역시 큰 부담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2016년 말 서울창업허브에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서울시가 장소를 정하고 시설을 만들어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인큐베이팅 사업을 위탁 운영한다.

이곳의 목적은 ‘연습해보고 창업하자’는 것이다. 셰프들은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음식 맛과 가격을 조정해 나간다. 마케팅 방법이나 콘셉트도 마케터들과 상의하고 3개월 후에 외부로 나가서 실제 창업한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강남구 대치동에 ‘부타이(무대라는 뜻의 일본어)’라는 일식전문공간을 곧 연다. 김 대표는 “외식업을 하면서 고정설비와 임차료 때문에 초등학생 아이와 여행 한번 못 갔다는 분도 있는데 이분들을 공간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유주방이 활성화되면 자기 가게가 아닌 대신 고정비용이 줄어 셰프가 1년 일하고 장기간 휴가를 떠나도 된다. 실력만 있다면 또 돌아와 공간을 빌릴 수 있다.

오븐, 튀김기 등 개인이 사기 힘든 장비가 가득 찬 ‘오픈키친’에는 간장성게, 과채잼, 유기농 곡물쿠키 등 일주일에 두세 번 나와 4, 5시간만 주방을 쓰면 되는 식품제조업자들이 찾는다. 월 멤버십, 시간제로 사용 시간만큼만 돈을 내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비창업자들이 유통 채널 확보, 마케팅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식당 창업 전 연습#공유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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