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고삐 죄는 공정위 “매년 60대 대기업 모두 공시점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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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누락 여부 1년치 조사 원칙, 일감몰아주기 5대 항목 3년치 점검
내부거래 회피용 ‘쪼개기’도 대상… 부당지원 포착땐 직권조사 방침

2016년 10월 부영그룹은 5년 동안 203건에 이르는 내부거래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11억 원이 넘는 과태료를 물었다. 경영난을 겪던 부영컨트리클럽은 다른 계열사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공시를 누락하거나 미뤘다. 지난해 10월에는 KT와 포스코가 계열사 간 자금거래를 공시하지 않았거나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총 4억9950만 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대기업집단들이 공시 의무를 위반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24일 공시 점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매년 일부 대기업을 선정해 기업당 3∼5년에 한 번꼴로 점검했지만 앞으로는 매년 60대 대기업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강조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그동안 3개 시기로 구분해 실시한 공시 점검을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통합점검으로 변경하고 22일부터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가 대기업 공시실태를 전수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법은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비상장사 중요공시, 기업집단 현황 공시를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대규모 내부거래를 허위공시하면 7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중요사항 공시를 빠뜨리면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공정위는 향후 기업에서 제출받는 점검표, 감사보고서 등과 공시내용을 대조해 이사회 의결 및 공시사항의 허위, 누락 여부를 점검한다.

실태 점검 대상은 올 5월 1일 기준으로 60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소속된 2083개 회사다. 원칙적으로는 최근 1년 동안의 공시를 점검하지만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규제사각지대 회사, 비영리법인과 거래한 회사, 지주회사, 상표권 거래 등 5대 집중 점검 대상은 최근 3년 치를 점검할 계획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총수 일가 주식소유 현황과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 사항이 점검 대상이다. 총 46개 대기업의 203개 회사다. 규제사각지대의 회사는 사익편취 규제기준인 총수일가 지분 30% 기준에는 못 미쳐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36개 집단 219개 회사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체제 내의 내부거래 공시 여부와 상표권 사용에 따른 수수료 거래 명세 등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1건당 거래 규모가 1억 원을 넘거나 자본금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거래의 세부상황도 점검하기로 했다. 공시 대상 거래 기준을 피하기 위해 금액을 쪼개서 거래하는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공시 대상 대규모 내부거래는 거래 금액이 50억 원 이상이거나 자본금의 5% 이상에 해당하는 거래다.

공정위는 5개 분야에 해당하지 않는 회사에는 최근 1년간 건별 10억 원 또는 자본금 3% 이상인 거래 자료만 요구하기로 했다. 임원 변동처럼 빈도는 높지만 시급하게 점검해야 할 필요가 없는 공시는 3∼5년 주기로 볼 계획이다.

공정위는 공시 점검과정에서 사익편취나 부당지원 혐의가 포착되면 적극적으로 직권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당지원 혐의를 발견하기 위한 사전 점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재벌개혁#공정위#60대 대기업#공시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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