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때 가장 큰 자유”… 노르웨이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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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까지 사흘간 서울시향과 협연
2009년 팔 마비됐다가 극적 회복… “완벽 추구하지만 실수 자책 안해”

현대음악 30여 곡의 초연을 위촉받은 트룰스 뫼르크는 “올해 에사페카 살로넨의 작품을, 내년 5월에 진은숙의 작품을 연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향 제공
현대음악 30여 곡의 초연을 위촉받은 트룰스 뫼르크는 “올해 에사페카 살로넨의 작품을, 내년 5월에 진은숙의 작품을 연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향 제공

“악보가 아닌 내 안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때가 있어요. 음악과 함께 한없이 자유로운 그 순간을 사랑합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실. 북유럽을 대표하는 노르웨이 태생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57)를 만났다. 농구 선수처럼 큰 체격이지만 미소와 말투는 더없이 온화하다. 그는 21, 22일 ‘트룰스 뫼르크의 엘가 ①②’, 23일 ‘실내악 시리즈Ⅲ: 트룰스 뫼르크’ 무대에 오른다. 엘가의 첼로 협주곡 E단조와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제2번 F장조,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 Eb장조 등을 연주한다.

“엘가 곡은 여러모로 ‘작별’의 정서와 맞닿아 있고, 브람스 첼로 소나타는 강렬한 선율이 매혹적이에요. 실내악은 브람스와 슈만의 관계를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울 겁니다.”

뫼르크는 첼리스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를 뒀다. 처음엔 아버지 친구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다가 11세부터 아버지에게 첼로를 배웠다. 피아노, 바이올린과 달리 첼로는 처음부터 내 악기다 싶었단다. 그는 “작은 실수도 못 견디던 나와 달리 아버지는 여유가 넘치는 분이었다. 아버지의 너그러움 덕분에 첼로를 더 사랑할 수 있었다”고 고인이 된 아버지를 떠올렸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수제자인 프란스 헬메르손, 러시아 첼리스트 나탈리아 샤콥스카야 등을 사사한 그는 각종 콩쿠르를 휩쓸며 유럽과 미국에서 활약했다. 하나 2009년, 느닷없는 시련이 닥쳤다. 뇌염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왼쪽 팔이 마비된 것.

“병이 낫는다면 매 순간 기쁘게 힘껏 살아내겠다고 기도했어요. 2년 뒤 기적처럼 병이 나았고 예전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조금은 여유가 생겼죠. 여전히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실수를 해도 크게 자책하진 않습니다.”

첼로를 켜지 않을 땐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역사적 맥락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며 최근 읽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를 추천했다. “심준호 이경윤 등 2명의 한국인 제자를 뒀어요. 이번 무대는 제자 심준호와 함께해 기대가 큽니다.”

21, 22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 1만∼9만 원. 23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1만∼5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서울시향#트룰스 뫼르크#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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