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카타르 전체가 공사장”… 단교 충격 벗고 중동의 허브 꿈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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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아랍국과 단교 1년 르포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주변 4개국의 단교 조치 때문에 식료품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던 카타르는 이후 1년 새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80% 가까이 수입에 의존했던 유제품도 카타르산 제품으로 대부분 대체했고(왼쪽 사진) 채소 및 과일도 
유럽 등 수입 국가를 다변화했다(오른쪽 사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아래 사진은 2022년 월드컵 경기가 열릴 카타르 도하 ‘루사일 경기장’ 건설 모습.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는 현재 경기장뿐 아니라 도로, 대중교통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하=서동일 기자 
dong@donga.com·카타르 정부홍보부 제공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주변 4개국의 단교 조치 때문에 식료품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던 카타르는 이후 1년 새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80% 가까이 수입에 의존했던 유제품도 카타르산 제품으로 대부분 대체했고(왼쪽 사진) 채소 및 과일도 유럽 등 수입 국가를 다변화했다(오른쪽 사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아래 사진은 2022년 월드컵 경기가 열릴 카타르 도하 ‘루사일 경기장’ 건설 모습.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는 현재 경기장뿐 아니라 도로, 대중교통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하=서동일 기자 dong@donga.com·카타르 정부홍보부 제공
‘카타르 내 상점에서 주변국 생산품 판매 금지, 시민들 환영.’

카타르 일간지 페닌술라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1면 헤드라인으로 이같이 전했다. 1년 전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에서 생산된 상품을 더 이상 자국 내에서 팔 수 없도록 카타르 정부가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단교를 통해 잃은 것보단 얻은 것이 더 많다” 등 시민들의 긍정적 반응도 상세하게 소개했다.

지난해 6월 사우디 등 4개국은 △이란과 교류 금지 △터키와 군사협력 중단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 폐쇄 등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카타르와의 모든 외교관계를 끊어버렸다. 4개국이 단교와 함께 자국 영공 통과와 항구 입항까지 금지하면서 카타르는 북쪽(이란 방면)을 제외하곤 사실상 하늘길과 바닷길, 육로가 모두 막히는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카타르 단교 사태 1년을 맞아 찾아간 카타르 수도 도하의 분위기는 ‘위기’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었다.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사회·경제적 충격은 사라졌고, 경제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간지 보도처럼 ‘단교가 산업 간 균형발전 노력의 도화선이 됐다’는 등 긍정적 평가마저 나왔다.

○ “단교 피해 없다” 산업 개혁 가속도

“1년만 살아보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땅도 수년 전까지 바다였습니다.”

지난달 29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만난 운전사 자마르 씨(35·스리랑카 출신)는 “카타르는 어떤 곳인가”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실제 카타르는 사실상 나라 전체가 ‘공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에너지 산업에 치중했던 경제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2008년 ‘국가비전 2030’을 발표하고 건설과 의료, 교육 등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기 시작한 지 10년째, 국토 면적이 경기도 정도에 불과한 작은 나라인 카타르는 서서히 국가로서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1년 전 인근 국가들이 카타르를 고립시키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아무 피해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카타르 정부는 단교에 따른 경제 충격을 오히려 ‘개혁·개방의 촉매제’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막대한 천연가스 자원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으니 이제는 산업과 교육,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중동의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타르는 단교 이후 1년 동안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 아시아 최대 항공사 홍콩 캐세이패시픽 항공 등에 대한 지분 투자를 연속적으로 진행했다. 사우디 등 4개국 정부가 자국 영공 통과 등을 금지해 50개 이상의 노선을 잃었지만 아시아, 러시아 노선을 뚫어 손실을 막기 위한 결정이다. 카타르 해안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될 7조9000억 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 하마드 항구 건설, 국내 생산 농산품 자급력을 높일 ‘카타르 팜스’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단교 결정 두 달 뒤인 지난해 8월부터는 80개국 국민이 비자 없이 카타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입국장벽을 더 낮췄다.

카타르 정부홍보부(GCO·Government Communications Office) 관계자는 “단교 사태 후 카타르는 더 자립성을 강화하는 노력에 집중하게 됐다.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위한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23억 달러(약 2조5000억 원), 보건·교육 관련 투자에 67억 달러(약 7조2000억 원) 등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유제품도 1년 새 자급력 갖춰

지난달 30일 카타르 도하 시내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빌라지오 매장을 찾은 디나 마흐무드 씨(35·여)의 손에는 ‘발라드나’ 상표가 새겨진 우유가 들려 있었다. 제품 가격은 L당 6리얄(약 1770원) 정도. 2L에 7리얄(약 2060원) 하는 유럽산 수입 제품보다 비싸지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발라드나는 100% 내수시장만을 위해 만들어진 사실상 프로젝트 기업이다. 2014년 염소 농장 관련 사업을 시작했지만 단교 사태 직후 식량 자급력을 높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우유 및 유제품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제 단교 초반 카타르 국민들이 입은 가장 큰 피해는 ‘유제품 부족’이었다. 신선 유제품(우유 치즈 등), 채소와 육류 등 먹을거리와 관련한 상품의 80%를 사우디, UAE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이 상품들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에 수개월 동안 ‘사재기 현상’도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도하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도시 알코르에 위치한 발라드나 본사에서 만난 페터르 벨테브레던 최고경영자(CEO)는 “초반에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다들 미쳤다(crazy)고 했지만 우린 해냈다. 연말까지 젖소 2만 마리를 확보해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이슬람 금식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5월 17일∼6월 14일) 동안 카타르 우유 소비의 70%를 발라드나가 공급했다. 지난해 젖소를 들여오면서 “올해 라마단 기간까지 100% 자급력을 갖추겠다”고 한 선언을 상당 부분 지켜낸 셈이다. 지난해에는 70% 정도가 외국산이었다.

이처럼 카타르는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단교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작지 않다. 국민 중 상당수는 카타르인-사우디인, 카타르인-바레인인 등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나라’와 ‘어머니 나라’가 단교하면서 정상 가족이 갑자기 ‘이산가족’처럼 돼버린 셈이다.

파리스 압둘라 씨(24)는 “1년에 3∼5차례는 가족행사를 위해 사우디에 갔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됐다. 차로 3시간이면 만났던 이들은 이제는 쿠웨이트 등 주변국에서 만나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도하=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카타르#단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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