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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영남 파워기업]하동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먹거리 만드는 ‘가공식품 강소기업’

입력 2018-05-14 03:00업데이트 2019-04-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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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슬로푸드
슬로푸드㈜의 매실 선별과 세척 공정. 지리산 자락에서 생산되는 청정 매실을 가공해 다양한 상품을 만든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중국에도 매실(梅實)이 많고 가격은 한국보다 훨씬 쌉니다. 그러나 상품의 균질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이렇게 멀리 찾아온 것입니다.”

6일 오후 4시경 경남 하동군 하동읍 농업회사법인 슬로푸드㈜ 회의실. 중국 톈진(天津)의 쌍자성생물과기유한공사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달려왔다. 슬로푸드가 우수한 품질의 매실 진액(엑기스)을 생산하는 업체라고 들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이날 슬로푸드 이강삼 대표(47)와 상담을 한 뒤 생산설비를 둘러보고 시음도 했다. 그리고 즉석에서 매실 진액 60t 수입을 계약했다. 내년부터는 수입량을 더 늘려 150∼200t 정도 가져가기로 했다. 슬로푸드가 연간 생산하는 매실 진액 300t의 60% 규모다. 품질 인증과 함께 10억여 원어치의 판로를 확보한 셈이다. 나머지 100t은 국내 시장에 출하할 예정이다.

농산물 가공 전문회사인 슬로푸드는 섬진강변 청정 지역에 자리 잡았다. 주변은 배, 매실 밭이어서 입지 여건이 좋다. 가공공장, 냉장 및 냉동고, 선별장과 발효 숙성실 등이 1만 m²에 잘 배치돼 있다. 사무동은 농특산물 유통 전문회사인 사나래㈜ 농업회사법인과 함께 쓴다. 가공과 유통의 결합이다. 사나래 하용득 대표(62)는 농협에 오래 근무한 유통 베테랑이다.

슬로푸드는 여수수산대를 졸업한 마도로스 출신인 이 대표가 8년 전 설립했다. 하동군 악양면에서 평생 농산물 생산·가공업체인 ‘햇차원’을 경영했던 아버지 이기남 씨(75)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1999년 귀향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 대표는 경상대 대학원에 진학해 식품가공을 배우며 10년 가까이 아버지 밑에서 실무를 익혔다. 한국국제대 식품의약학과 정영철 교수의 지도도 받았다. 농산물 가공과 유통에 눈을 뜬 그는 원양어선을 타면서 번 돈을 투자해 2010년 7월 슬로푸드로 독립했다.

슬로푸드 임직원 18명은 ‘프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회사가 받은 특허와 인증은 사무실을 빼곡히 채울 정도다. 정 교수는 “슬로푸드의 최대 강점은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슬로시티 하동’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재료로 사계절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1월을 전후해서는 ‘대봉감 반건시’와 대봉감 말랭이를 생산한다. 당도와 식감이 좋고 청결해 대기업에서 앞다퉈 사전 계약을 한다. 봄부터 여름에는 매실을 사들여 숙성시킨 뒤 ‘처음매실 원액’과 ‘유기농 처음매실 원액’ ‘산양삼 매실 원액’ 등 매실 농축액을 제조한다. ‘처음매실’은 2013년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받으며 이름을 날렸다.

가을엔 ‘생강 품은 도라지 배즙’과 배 농축액인 ‘천지수인고’를 판다. 호박즙도 연평균 5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다. 상품명인 ‘넝쿨째 굴러온 늙은 호박즙’은 농산물 수출 전도사인 윤상기 하동군수가 지었다. 슬로푸드는 회사 옆에 ‘하동슬로푸드 체험단지’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공장 증설이 끝나면 연 매출액이 40억 원에서 90억 원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055-884-0909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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