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개편-선거-월드컵 3중변수… 건설사들 줄줄이 분양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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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까지 청약시스템 개편… 지방선거-월드컵 눈앞 관심 뺏겨
5월 중순 넘어가면 홍보에 불리… 7월엔 휴가철 시작돼 비수기
“일정 몰리면 수급 불균형 우려”

포스코건설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짓고 있는 ‘분당 더샵 파크리버’ 분양 시기를 당초 4월 말로 예정했다가 5월로 미루기로 했다. 금융결제원이 청약 접수 사이트인 ‘아파트투유’ 시스템 개편작업에 나서면서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청약을 모집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5월 둘째 주를 넘어가면 6월에는 지방선거와 월드컵 등 굵직한 이벤트가 많아 홍보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다음 달 11일을 넘기지 않도록 분양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4월 말∼5월 초로 예정된 아파트 분양 일정을 미루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청약제도 개편, 6·13지방선거,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3중 변수’가 겹치면서다. 분양 일정이 몰리는 5월을 피하려면 사실상 비수기인 7, 8월로 분양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라 건설사들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GS건설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들어서는 ‘신길파크자이’ 분양을 4월 말에서 5월로 미뤘다. 삼성물산 역시 4월 말에 분양하려던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와 ‘서초우성1차 래미안’(가칭)의 분양 일정을 다시 짜고 있다. 5월과 6월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등포구 양평동1가에 들어서는 ‘영등포 중흥S클래스’ 역시 4월 말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을 5월로 미뤘다.

당초 건설사들은 수도권 외곽 및 지방 신규 분양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올해 초 분양 물량 중 상당수를 봄 성수기인 5월로 미뤘다. 이로 인해 5월 분양 예정 물량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4만7027채로 집계되기도 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갑절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아파트투유 시스템 개편으로 5월 첫째 주 분양이 힘들어지면서 일정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5월 중에서도 둘째 주와 셋째 주로 분양 일정이 몰릴 것으로 보이면서 건설사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는 5월 마지막 주부터는 선거운동으로 인해 분양 홍보가 사실상 힘들어진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분양 홍보에 필요한 광고 차량(탑차)을 섭외하기 어렵고 현수막을 걸 공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월드컵이 시작되면 분양시장으로 쏠리는 관심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건설사들의 판단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5월 셋째 주를 넘기면 사실상 분양 일정을 비수기인 7월로 미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는 “7월은 날이 덥고 휴가철이 시작되는 기간이라 최대한 5월 셋째 주 안으로 분양을 마칠 계획”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분양시장이 침체된 지방에서는 아예 분양 일정을 7월로 미루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다른 단지와 분양이 겹칠 경우 청약 흥행에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차라리 비수기로 일정을 잡는 게 나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울산 울주군에 들어서는 ‘울산KTX역세권지구 동문굿모닝힐’은 분양이 5월에서 7월로 두 달 미뤄졌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주택시장이 침체된 지역에서 짧은 기간에 분양 일정이 한꺼번에 몰리면 수급 불균형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되는 단지’로만 청약자가 몰리고 침체된 곳에서는 미분양이 늘어나는 조짐이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심각해지면 ‘공급 쇼크’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청약개편#선거#월드컵#3중변수#건설사#분양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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