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불법매매 불지핀 ‘로또 분양’… “무주택 20년-부양가족 5명땐 1억”

강성휘기자 입력 2018-04-26 03:00수정 2018-04-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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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들 당첨되면 웃돈 챙겨… 분양권 전매 금지엔 공증 활용
적발돼도 ‘1000만원 벌금’ 불과
‘재건축 금품’ 현대건설 압수수색
‘신혼부부, 장애인 청약통장 삽니다.’ ‘1순위 청약통장 고가 매입.’

지난달 ‘강북 로또’로 불린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 아파트 사업장 인근 전봇대에는 이런 내용의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당국이 단속을 나오면 누군가가 일제히 뜯어냈다가 다시 붙이는 식이었다. 인기 분양지역에는 연락처까지 동일한 이런 전단들이 여지없이 붙는다. 청약통장 불법 거래가 만연해 있다는 증거다. 국토교통부가 25일 공개한 서울, 경기 과천의 주요 아파트 부정당첨 의심사례에서도 청약통장 불법 거래가 포함됐다. 청약통장은 과연 어떻게 거래되고 있는 것일까.

25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청약통장 거래는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이나 신도시 인근 신규 분양 단지에 붙어 있는 전단을 매개로 이뤄진다. 과거에는 지역 정보지에도 청약통장을 산다는 광고가 있었다. 지난해 4월 국토부가 주요 정보지에 협조 요청을 한 뒤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최근 문제가 된 특별공급이나 가점제 청약 당첨에 유리한 1순위 통장이 주로 거래된다.


통장 가격은 예금주의 ‘스펙’에 따라 달라진다. 청약통장 예금에 30∼50%를 얹어주는 데서 흥정이 시작된다. 청약가점이 높으면 값은 더 올라간다.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무주택 기간이 20년 이상이고 부양가족이 5명 정도면 최대 1억 원까지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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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브로커는 청약가점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확인한 뒤 현금으로 대금을 지불한다. 브로커들은 사들인 통장을 바로 되팔지 않고 청약을 넣어 당첨을 노린다. 당첨이 되면 분양가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식으로 돈을 번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입주 시점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복(複)등기’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복등기란 공증이나 이면계약 등으로 분양권을 팔겠다고 약속한 뒤 전매기간이 끝나면 소유권을 넘기는 수법이다.

정부 규제가 청약통장 거래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분양가 규제로 로또 청약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가점제 청약 비중을 높이다 보니 ‘돈 되는’ 청약통장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도금 대출 제한 때문에 분양대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통장을 내다 팔라는 유혹에 노출된다.

불법 거래가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부분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근절이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정부의 ‘부동산 시장 불법 행위 단속’ 칼날은 대형 건설사로도 향했다. 경찰은 이날 강남권 재건축 단지 수주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불법으로 금품을 돌린 혐의로 현대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재건축 수주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롯데건설, 올해 1월 대우건설에 이은 세 번째 대형 건설사 압수수색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개월째 명확한 수사 결과 발표 없이 압수수색만 하는 건 ‘보여주기식’ 수사 측면이 강하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청약통장#분양#불법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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