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중투표제 등 상법 개정 재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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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개정검토의견 국회 제출… 재계 “국내기업 공격 악용될 위험”

정부가 5년 만에 집중투표제 등이 포함된 상법개정안을 재추진한다. 재계는 해외 투기 자본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 관련 검토 의견 보고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현재 국회에 머물러 있는 13개 상법 개정안 중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에 찬성하는 ‘상법 일부개정안 검토 의견’을 낸 것이다. 지난해 10월 상법 개정을 위해 민관 전문가로 이뤄진 법무부 상법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첫 공식 의견이다.

법무부 검토의견에는 자산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주주총회에서 예컨대 이사 4명을 선임할 때 각각에 대한 찬반 투표를 1주 1표로 진행한다.

만약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4명 선임 시 1주당 4표가 주어지고, 한 사람에게 4표를 모두 던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엘리엇 등 해외 헤지펀드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인사를 이사로 밀어 넣기 쉬워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반도체 기밀 등 기업의 내밀한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헤지펀드 여러 곳이 손잡으면 간단히 한국 대주주 의결권을 넘어설 수 있어 집중투표제보다 악용될 소지가 높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母)기업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무부는 자회사 지분 비율이 50%를 초과하면 모회사 지분을 보유한 주주(상장 0.01%, 비상장 1%)에게 해당 권리를 주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엘리엇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계열사에까지 소송을 벌일 수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면 한국 기업에 외국 투기자본 인사들이 들어오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정성택 기자
#정부#집중투표제#상법 개정#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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