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진 오너 일가의 갑질이 국민적 분노를 사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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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불거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황당한 행태가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공사장 업체 직원에게 행패를 부리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2014년 5월 촬영된 동영상에는 이 인물이 여성 직원의 팔을 잡아채고 등을 밀치는가 하면 말리는 직원의 서류를 뺏어 바닥에 던지는 등의 모습이 담겼다. 경찰이 이 동영상에 대해 내사에 착수해 모녀가 동시에 ‘갑질 폭언·폭행’ 의혹으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조 회장의 공식 사과에도 폭로가 줄 잇는 것은 이들이 조직에서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며 상시적으로 갑질을 해 온 탓이 크다. 한진그룹의 ‘VIP 수행 체크리스트’를 보면 총수 일가를 태운 항공기가 출발한 뒤에도 최소 30분 이상 공항에 대기해야 한다는 등 직원들의 수행 시 행동지침이 50여 개에 이른다. 급기야 대한항공 비행기를 총수 일가의 ‘해외 직구용 수송선’ 삼았다는 의혹으로 관세청까지 나섰다.

2014년 12월 장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이 ‘땅콩 회항’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그런데도 조 회장 일가가 반성은커녕 임직원은 물론 하청·협력업체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며 갑질 행위를 계속 해왔다는 게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다. 이들의 기행에 가까운 처신은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을 하는 기업인과 오너들까지 색안경을 쓰고 보게 만들기 십상이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재계(財界)를 욕보인다는 말까지 나온다. 외신도 이들의 ‘갑질(Gapjil)’을 보도하는 상황에서 국가명 ‘대한(Korean)’을 상호로 쓰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 국민도 부끄러운 심정이다.


#조현민#물벼락 갑질#대한항공#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이명희#조현아#땅콩 회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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