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예쁘다고 하니…” 각막 주고 떠난 최은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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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생전 뜻 따라 기증 마쳐… 빈소엔 영화인 조문 발길 이어져

16일 92세로 별세한 원로 배우 최은희 씨(사진)가 각막을 기증했다. 고인은 2011년 인터뷰에서 “사람이 죽으면 뼈만 남고 없어지는데, 굳이 아낄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전신을 기증하고 싶지만 나이를 먹어서 그럴 필요는 없겠고, 눈이 예쁘다고들 했으니 눈만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 눈을 가져가는 사람이 광명을 찾으면 정말 기쁘겠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생전에 장기 기증 서명을 했고 가족도 동의했다. 고인의 장남인 신정균 감독은 “사후에 장기 기증을 하시겠다는 생전 뜻에 따라 서울성모병원 측과 어머니의 각막을 기증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고인은 2011년 정진석 추기경의 요청에 따라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장기 기증 홍보대사를 맡았다. 북한에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하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경험도 장기 기증을 결심한 요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성모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는 18일에도 영화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빈소를 찾은 임권택 감독은 “한국 영화가 가장 좋았던 시절, 최은희 선생님 덕에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인의 남편 고(故) 신상옥 감독이 이끈 영화사 신필름의 전속 배우로 영화계에 입문한 배우 신성일 씨도 빈소를 찾았다. 신성일이라는 예명은 ‘신필름의 첫 번째 별’이라는 뜻으로 고인이 지어줬다.

원로 배우 문희 최지희 고은아 태현실 김창숙 씨,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신필름에서 일했던 이장호 감독도 빈소를 찾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각막 기증#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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