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리아 공습]김정은에 ‘대화 안되면 때린다’ 메시지… 복잡해진 김정은의 셈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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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전격적으로 시리아 공습을 단행하면서 한 달 반가량 앞둔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만큼 김정은이 트럼프 속내 읽기에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시리아 공습은 ‘슈퍼 매파’로 통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9일 업무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주도한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이 7일 반군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입수됐다며 볼턴은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신속한 군사 대응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대화로 안 되면 무력으로 친다’는 볼턴 식 해법을 재확인한 게 이번 시리아 공습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공습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평양을 위축시켜 협상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공습으로 김정은이 다시 한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비극적 최후를 떠올렸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리비아는 오랜 기간 핵무장을 하려다 미국의 제재로 마지막 단계에서 포기로 선회했다. 하지만 그 후 카다피는 2011년 ‘아랍의 봄’을 거치면서 반군에 체포돼 처형됐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북측 대표단이 카다피를 지목하며 ‘핵이 있었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며 “김정은에게 핵은 국내외적인 위협에서 벗어나 편히 자게 해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의 기습 공격을 지켜본 김정은이 핵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을 거란 얘기다. 게다가 이번 공습을 주도한 볼턴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여전히 ‘리비아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 CNN도 “북한의 오랜 동맹인 시리아에 대한 공격은 북-미 정상회담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번 공습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더 갈망토록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시리아 공습이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흔들 만한 영향은 주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청와대 역시 이번 공습이 남북, 북-미로 이어지는 ‘릴레이 회담’ 국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 공습을 논의하는 비슷한 시간에 북-미 간 실무접촉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선 이번 공습을 본 김정은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 비핵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시리아 공습을 보고 체제 보장 등 비핵화 보상이라도 확실하게 챙기는 게 더 이익이겠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김정은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경우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군사 옵션을 쓸 수 있고, 그 다음 타깃은 평양인 만큼 비핵화 협상에 나서라고 독촉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14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시간벌기용 시도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시간벌기를 허용해 주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를 이뤄내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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