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흥분 그대로… ‘오벤저스’ 오! 1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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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영국-중국 연파 예선 9승2패
16일 4강전 노르웨이에 설욕 별러
7,8번 투구 ‘앵그리 버드’ 차재관 “부담 크지만 가족사랑으로 극복… 아내와 세 아이들에게 꼭 금메달”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선수들(왼쪽부터 정승원 차재관 방민자)이 1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겨울패럴림픽 예선전에서 중국을 7-6으로 꺾은 뒤 두 팔을 벌려 관중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앞서 열린 영국과의 예선전을 5-4로 이겨 4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16일 오후 3시 35분부터 노르웨이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선수들(왼쪽부터 정승원 차재관 방민자)이 1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겨울패럴림픽 예선전에서 중국을 7-6으로 꺾은 뒤 두 팔을 벌려 관중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앞서 열린 영국과의 예선전을 5-4로 이겨 4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16일 오후 3시 35분부터 노르웨이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관중석에서 “앵그리 버드 파이팅!”이라는 응원이 나왔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차재관(46)이 투구를 위해 양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굴릴 때였다. 투구 지점으로 향하는 그의 무뚝뚝한 표정과 짙은 눈썹이 게임 캐릭터 ‘앵그리 버드’와 닮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차재관은 환호가 쏟아져도 동요하지 않는다. 그는 “경기 중에는 게임 내용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차재관도 1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영국과의 평창 패럴림픽 예선 10차전이 끝난 뒤에는 활짝 웃었다. 한국은 영국을 5-4로 꺾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승부처였던 8엔드에 대표팀 서드 정승원(60)이 6번 투구에서 상대 스톤보다 하우스 중앙에 가까운 멋진 샷을 구사해 역전승을 거뒀다. 차재관은 7, 8번 투구에서 상대 스톤의 경로를 막는 가드에 성공해 승리를 지켜냈다. 차재관은 “정승원의 멋진 샷 덕분에 모처럼 부담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며 웃었다. 한국은 중국과의 예선 11차전에서도 7-6으로 승리해 1위(9승 2패)로 준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16일 오후 3시 35분 노르웨이(4위)와 맞붙는다. 차재관은 “예선에서는 노르웨이에 일격(2-9 한국 패)을 당했지만 개의치 않는다. 자신감을 살리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재관의 포지션은 통상 3, 4번 투구를 하는 세컨드다. 하지만 한국은 국제 대회에서 높은 샷 정확도를 보여 온 그에게 최종 투구(7, 8번)를 맡겼다. 3, 4번 투구는 스킵(주장) 서순석(47)이 맡고 있다. 한국(세계 7위)이 예선에서 세계 4위 캐나다 등 강호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은 고비마다 나온 차재관의 더블테이크 아웃(투구 한 번에 상대 스톤 2개를 하우스 밖으로 쳐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재관은 최종 투구에 대한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 그는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으로 평창 올림픽 선수촌의 물리치료실을 찾기도 했다. 차재관은 “승부를 결정지으려면 나 스스로를 믿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부담을 극복하는 비결은 든든한 버팀목인 아내와 자녀를 떠올리는 것이다. 차재관은 “큰아이가 11세, 작은애 둘은 쌍둥이로 8세다. 내가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서 집에 가져갈 때마다 아내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그들을 떠올리면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큰아들 민규와 이름이 같은 선수가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차민규)을 땄다. 그러니 민규 아빠인 나는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며 동영상 응원 메시지를 보내줬다.

차재관은 2002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는 “그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이 송두리째 무너진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재활병원에서 아내 오규재 씨(43)를 만났다. 오 씨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아픔을 겪고 재활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함께 힘든 재활을 견뎌낸 둘은 결혼한 이후 복지관을 다니면서 다양한 스포츠를 접했다. 차재관은 2006년 휠체어컬링을 시작했다. 아내는 남편이 휠체어컬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오 씨는 “아이는 내가 키우고 남편은 컬링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대회를 마치고 올 때마다 남편이 좋아하는 지리산 표고버섯으로 요리를 해준다”고 말했다. 차재관은 “가족들이 직접 내 모습을 보지 않으면 답답하다면서 시간이 될 때마다 컬링센터를 찾아온다. 장애를 갖게 된 후 제2의 인생을 함께해 온 가족에게 꼭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trigger@donga.com·강홍구 기자
#평창 패럴림픽#휠체어컬링#차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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