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야당(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대여 협상에 나섰는데 그 당시 의제가 선거구제 협상이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선거구제 개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호남과 영남에서 (각각 특정 정당) 후보가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해소가 중요하다”며 ‘연동형 비례대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는 비례대표제를 5, 6개 권역별로 쪼개서 운영하고, 정당 득표율에 지역구 당선자 수가 미치지 못하는 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수를 채워주는 제도로,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수의 괴리를 막는 비례 대표성 강화는 문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기도 하다. 지역주의에 도전했던 문 대통령의 친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遺志)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여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반대에 막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오랜 신념은 국민헌법자문특위가 준비 중인 개헌 정부안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의 근거를 헌법 조항에 명시하겠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호남 의원들이 ‘지역 기득권’을 누려 왔다는 인식이 강했다. 20대 총선에서 전체 의석수가 줄더라도 권역별 비례대표만은 도입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었다”고 전했다.
물론 문 대통령의 비례성 강화 철학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국회가 60일 안에 기명투표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해야 국민투표가 성사되기 때문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은 비례성 강화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달 개헌 당론을 정하면서 “대통령제에 근간을 두고 분권과 협치, 비례성을 강화하는 원칙으로 야당과의 개헌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도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도 농촌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 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더 적극적이다.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얻으면 당세 확장과 다당제 확대를 노릴 수 있기 때문. 정의당 관계자는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이 7.2%를 얻었는데 산술적으로 21, 22석을 얻어야 하지만, 현행 제도론 6석밖에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가 도입되면 텃밭인 영남에서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성 강화’ 내용을 담은 특위의 개헌 자문안은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돼 문 대통령이 늦어도 20일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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