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스포츠]티켓 충분할 줄 알았는데 웃돈 거래까지…패럴림픽 ‘흥행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18시 52분


코멘트
대학원생 김모 씨(24)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강원도를 찾을 생각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 가족들과 함께 봅슬레이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장애인 알파인 스키 종목을 보러 11일 떠나기로 약속을 했다.

입장권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자 김 씨는 당황스러웠다. ‘티켓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재 구매가능 수량 없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김 씨는 결국 28일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에 ‘입장권을 구한다’는 구매 희망 글을 올렸다. 김 씨는 “이번이 아니면 한국에서 열리는 겨울 종목 대회를 다시 볼 기회가 흔하지 않다. 먼저 티켓을 구한 ‘고수’들에게 정가보다 돈을 더 주고서라도 입장권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9일부터 열리는 평창 겨울패럴림픽을 두고 김 씨처럼 뒤늦게 ‘입장권 예매 전쟁’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이돌 콘서트 등 인기 공연 때만 나타난다는 웃돈 거래 희망 글까지 올라온다. 올림픽에 비해 적은 관심으로 ‘흥행 실패’ 우려를 받던 패럴림픽이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패럴림픽 경기 입장권은 모두 22만여 장.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 중 98%(지난달 26일 기준)의 예매가 벌써 끝났다. 입장권 구매 홈페이지(tickets.pyeongchang2018.com)를 보면 아이스하키, 휠체어 컬링, 폐회식 등 일부 경기의 티켓 일부만 남아 있다.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 중고거래 장터에는 ‘티켓 구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 중고나라의 경우 한 시간에 대여섯 개씩 올라온다. 입장권 가격이 올림픽보다 많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느 정도 웃돈을 주는 것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패럴림픽 티켓은 1만6000~5만 원(A석 기준)다. 높게는 90만 원에 달하는 올림픽 티켓보다 훨씬 저렴하다. 개회식 입장권(14만 원)은 올림픽(150만 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장애인 컬링 종목 입장권을 구한다는 직장인 황모 씨(28·여)는 “정가의 두 배는 치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때 ‘팀 킴(Team Kim)’의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컬링의 매력을 현장에서 또 한 번 느껴보고 싶어서다.

특히 주말인 10, 11, 17일 경기 입장권의 인기가 높다. 3월초 관광 수요가 패럴림픽 개최 시기와 겹쳐 시너지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고속철도(KTX) 덕분에 강릉이나 평창으로 가는 시간이 단축된 것도 한몫했다. 직장인 김모 씨(36)는 10일 친구들과 함께 강릉을 찾아 1박 2일을 지내고 돌아올 예정이다. 패럴림픽 경기도 보고 행사나 축제에도 참가할 생각이다. 김 씨는 “올림픽이 끝나니 KTX 티켓도 구하기 쉽고, 무엇보다 5명이 머무는 펜션 가격이 10만 대로 저렴해졌다. 틈새 시장”이라고 말했다.

안팎에서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는 올림픽의 영향도 크다. 10, 2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마스코트인 ‘수호랑 굿즈(캐릭터 상품)’ 등 캐릭터 상품도 사람들을 패럴림픽 현장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대학생 강모 씨(22)는 올림픽 때도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지만 이번에 다시 강릉을 찾는다.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 등 기념품을 충분히 사지 못한게 아쉬워서다. 강 씨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도 ‘호돌이 굿즈’가 그렇게 많이 나왔다는데 지금은 희귀하지 않느냐. 반다비 인기에 대비해 제품을 많이 살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패럴림픽을 응원하자’는 분위기도 관측된다. 배우 장근석 씨가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경기 입장권 2018장을 구매해 팬들을 초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직장인 정모 씨(33·여)는 “남편과 주말에 경기장을 찾을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소외당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선수들에게 국적을 초월한 응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기범기자 kaki@donga.com
안보겸기자 ab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