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 근육맨 “다음은 수상종목 도전 고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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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 화제의 기수 타우파토푸아
리우 태권도→ 평창 크로스컨트리 “스키선수 체형 만들고 유럽 전훈”

14일 오후 3시 반 메인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이 각국 기자들로 가득 찼다.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 클로이 김의 기자회견과 비견될 정도. 잠시 후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통가에서 온 피타 타우파토푸아(사진)가 감독과 들어섰다.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개막식에서 윗옷을 벗고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기수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겉옷까지 입은 상태였다.

타우파토푸아가 “제 생에 통틀어서 눈을 본 게 12주 정도밖에 안 된다. 아, 이번 올림픽을 포함하면 13주를 넘을 것 같다”고 말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평창 올림픽에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출전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2년이 채 안 된다. 그런데 통가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를 탈 수 없었다. 타우파토푸아는 “통가와 호주에서 바퀴가 달린 스키보드를 타며 훈련했다. 스키 선수처럼 체형도 바꾸고 진짜 눈이 쌓인 유럽으로 가 실전 경험도 쌓았다”고 말했다.

2년 전엔 태권도 선수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했다. 종목을 바꿔 올림픽에 도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올림픽 출전으로 누군가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싶었고 그래서 제일 어려울 것 같은 크로스컨트리를 택했다. 태평양의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나로 인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는 통가에서 청소년 상담사로도 일하고 있다.

“다음 여름올림픽 때도 도전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링에서도, 설원에서도 싸워 봤으니 이번에는 물과 관련된 종목이 어떨까 생각해 봤다”고 답했다. “올림픽에 출전할 때마다 개회식에서 상의를 벗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통가는 사이클론 ‘기타’가 강타해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60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수도에 있는 주택 중 40%가 소실됐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적 타격은 크지만 긍정적인 통가 사람들이 잘 이겨낼 것”이라며 “무엇보다 내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타우파토푸아는 16일 남자 15km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다.

평창=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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