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서 아이 아프면 간호사 출동… 엄마 안 뛰어와도 병원까지 다 데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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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육아천국 도야마市 르포

22일 일본 도야마시 도야마 아동 플라자에서 나카무라 사쓰키 양(앞에 나가 서 있는 아동)이 보육사를 바라보면서 함께 율동을 하고
 있다. 놀이방과 도서관은 무료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 밖에 상담, 언어 교육, 부모 대상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진행된다. 도야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2일 일본 도야마시 도야마 아동 플라자에서 나카무라 사쓰키 양(앞에 나가 서 있는 아동)이 보육사를 바라보면서 함께 율동을 하고 있다. 놀이방과 도서관은 무료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 밖에 상담, 언어 교육, 부모 대상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진행된다. 도야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22일 오전, 일본 동북 지역 도야마(富山)현 도야마시.

“얍!” 나카무라 사쓰키(中村櫻月·2) 양이 소리를 지르며 실내 놀이방에 설치된 나무 미끄럼틀을 내려왔다. 딸을 바라보던 사나에(早苗·33) 씨가 웃으며 손뼉을 쳤다.

사나에 씨는 “첫째(4)를 낳고 거의 매일 놀이방에 와서 친구를 사귀고 선생님과 친해졌다”고 말했다. 무료로 운영되는 이 놀이방에는 에어바운서 등 각종 놀이기구가 있고 의사, 보육사, 언어 전문가 등이 육아 고민을 상담해 준다. 24시간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사나에 씨는 “엄마가 되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때 상담을 통해 격려를 받았다. 도쿄(東京)처럼 어린이집 입소 경쟁이 치열하지도 않아 둘째를 낳고 건강하게 기르고 있다”고 했다.

놀이방이 있는 도야마 아동 플라자는 시의 가장 중심지 도야마역 맞은편 건물 4층에 있다. 직원은 “신칸센도 다니고 교통이 편리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물론이고 아이가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2002년 취임한 모리 마사시(森雄志) 도야마 시장은 인프라 유지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심 순환 노면전차를 만들고 중심지 재생에 힘을 쏟았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 시 전체가 보육을 총력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마치나카(시내) 종합케어센터는 이런 노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3층에 있는 산후 케어 응접실은 일본의 첫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호텔급 시설을 산후 4개월간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 하루 이용료는 세 끼 식사를 포함해 7200엔(약 7만 원). 도쿄 민간 조리원의 4분의 1∼8분의 1에 불과하다.

2층에는 아픈 아이들을 보호하는 전문시설이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면 보호자를 대신해 간호사, 보육사가 출동하는 ‘마중 서비스’도 일본에서 처음 시행했다. 부모를 대신해 병원에 데려가 필요한 조치를 취한 후 다시 데려와 오후 7시까지 보호해준다. 보호자는 2000엔(약 1만9000원)에 택시비의 4분의 1을 더한 금액만 내면 된다. 모리타 가쓰미(森田勝美) 간호사는 “보육원에서 맡기 어려운 전염성 환아도 맡아준다. 작년 4월부터 이용 실적이 587건에 달한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도야마시는 지난해 전입이 전출보다 1353명 많아져 인구 감소세를 진정시켰다. ‘아이 키우기 좋다’는 소문 덕분에 남편이 전근을 올 때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도 늘었다. ‘여성 친화적인 직장’을 내세우며 호응하는 지역 기업도 늘고 있다. 140년 역사의 호쿠리쿠 은행은 최근 10년 동안 여성 간부 비율이 1.1%에서 14.4%로 늘었다. 은행에서 만난 곤도 요시에(近藤喜江) 씨는 “아이 3명을 낳고 3년 반 이상 육아휴직을 했다. 주변에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한파’로 한국어가 유창한 모리 시장은 “도쿄 등 대도시에서 대기 아동을 줄이려는 시도는 성공하기도 어렵고 도쿄 집중을 가속화시킬 뿐”이라며 “보육을 지방에 맡기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야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어린이집#일본#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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