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선한 마음 뒤에 숨은 악의 민낯, 차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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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감정의 철학/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김희은 옮김/208쪽·1만2000원·바다출판사

지난해 국내에도 개봉했던 인종차별을 다룬 미국 영화 ‘겟 아웃’. UPI코리아 제공
지난해 국내에도 개봉했던 인종차별을 다룬 미국 영화 ‘겟 아웃’. UPI코리아 제공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책의 부제)

세계는 차별에 대한 법적 사회적 통제를 나날이 강화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세상은 여전히 여러 차별이 범람한다. 인종과 성별, 이념 등에 따라 타인을 차별하고 누군가를 괴롭히는 문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저자는 칸트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 감정을 연구해 온 일본 철학자. 차별이란 인간관계의 폭력은 “청결하고 싶은 마음이 곧 불결한 사람에게 불쾌감을 품는 것이고, 부지런하고 싶은 마음이 곧 나태한 사람을 경멸하는 것이며, 성실하고 싶다고 바라는 마음이 곧 불성실한 사람을 혐오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저자가 볼 때, 차별은 지극히 인간적인 현상이다. 차별이 치유하기 어려운 사회적 질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해자 대부분은 스스로를 정의롭고 평범한 시민이라고 믿는다. ‘차별이 아닌 구별’ ‘상대가 잘못해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라고 정당화하는 측면도 상당하다.

흥미로운 건 ‘선의’가 차별 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방편이 되지 못한다고 보는 점이다. 오히려 선한 마음과 태도에 깃든 악의가 차별을 철폐하는 데 더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차별 감정을 직시하기 위해선 인간의 선의가 가진 자기기만을 발견하고 성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라.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은 아돌프 히틀러가 확신한 ‘선의’에서 시작됐다. 그는 유대인은 도덕적으로 열악하고 세상을 좀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여겼다. 때문에 그들로 인해 ‘선량하고 정의로운’ 독일인이 병드는 걸 막기 위해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인종청소를 자행했다. 잘못된 선의는 윤리의식의 정상적 작동을 방해할 수 있다.

반대로 악 역시 ‘필요악’이 존재한다. 인간이 100% 선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본연에 내재된 악(혹은 차별의식)을 인정하는 건 차별의 벽을 허무는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악을 차라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를 잘 통제한다면 “인간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악”으로 활용할 수 있다. 흥미로운 주제를 잘 엮었으나 다소 현학적으로 흘러간 점은 아쉽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차별 감정의 철학#나카지마 요시미치#김희은#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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