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첫날 공개행사마다 ‘난징’ 메시지… 역사공조 공들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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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빈방중]

문재인 대통령은 국빈 방중 첫날인 13일 난징대학살에 대해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이 난징대학살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재중 한국인 간담회와 한중 비즈니스포럼 등 2시간여의 간격을 두고 두 차례에 걸쳐 똑같은 발언을 내놨다.

○ 한중 역사 공조로 사드 논란 돌파

문 대통령은 방중 첫 행사인 재중한국인 간담회부터 난징대학살에 대한 메시지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를 애도하며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들께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제국주의에 의한 고난’, ‘항일투쟁’ 등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역사적 동질감을 강조했다. 2시간여 뒤에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선 더욱 분명한 어조로 일본을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 위에서 미래의 문, 협력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를 성찰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난징대학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이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메시지에는 한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을 어떻게든 끝내기 위한 다층적 포석이 깔려 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일본이 중국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이다. 중국과 일본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중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와 별개로 역사 문제에 대해선 같은 입장에 있는 중국과 공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중국이 사드 논란을 끝내기 위한 조건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등 이른바 ‘3불(不) 원칙’의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일본을 겨냥한 비판으로 중국의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 文 “한중은 같은 배 탄 운명공동체”

문 대통령이 중국을 찾은 이날은 난징대학살 80주년 행사로 중국 내 추모 분위기가 최대로 달아올랐다. 청와대는 방중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도착하는 날 난징대학살 관련 행사가 열리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모식 참석을 위해 수도 베이징을 비워 불거질 수 있는 ‘외교적 홀대’ 논란을 무릅쓰고 연내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해 일정을 강행한 것. 한 외교소식통은 “14일을 넘기면 연내 방중이 무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의도적으로 난징대학살에 방중 날짜를 맞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난징대학살에 대한 입장 표명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이 13일을 ‘국가공제(國家公祭)’라고 할 만큼 중시하는 만큼 대통령이 그런 부분을 고민해 발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반발은 부담이다. 한미일 협력을 인도 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역시 한중 ‘역사 공조’를 무조건 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적이고 국제적인 이슈라기보다는 한중, 한일, 아시아 문제를 넘어서 인류 보편적인 상처에 대한 치유, 같은 경험을 가진 한국 입장에서 동병상련을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동주공제(同舟共濟)의 마음으로 협력한다면 반드시 양국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동주공제는 시 주석이 동맹 관계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가리켜 사용한 표현이다.

문 대통령 방중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박병석, 송영길, 박정 의원 등 당내 중국통 의원들이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했다.

베이징=문병기 weappon@donga.com / 신나리 기자

● 난징(南京)대학살

일본군이 1937년 12월 13일부터 2개월 동안 당시 중국의 수도인 난징을 점령한 뒤 저지른 대량학살 사건. 일본 패전 후 1946년에 열린 군사재판에서 당시 사망자를 약 15만 명으로 발표했으나 중국은 30만 명 이상이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10월에는 관련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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