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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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길’ 임대료 3년간 3배 급등… 기존 상인-주민들 외곽으로 밀려나
상가 주인에게 지방세 감면 혜택 등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 조례 검토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아진, 대구 중구 방천시장 옆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아진, 대구 중구 방천시장 옆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대구 중구가 내년 2월 도시재생 과정에서 임대료가 상승해 기존 상인이나 주민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방지하는 조례를 만든다. 대구에서 처음이다. 중구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제도적으로 막아보려는 것은 그만큼 도시재생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봐서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두드러진 곳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길)이다.

○ ‘김광석 길’ 임대료 3년간 3배 상승


계명대 산학협력단 연구에 따르면 전국 관광지로 떠오른 김광석 길 일대 공시지가는 5년 새 23.7% 올랐다. 평균 30m² 상가 월 임대료는 2011년 30만∼40만 원에서 2014∼2015년 90만∼100만 원으로 약 3배로 올랐다. 이 기간 보증금은 5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상승했고 그동안 없던 권리금도 2000만∼3000만 원이 됐다.

이 여파로 길이 350m의 김광석 길에 있던 60여 개 농수산물판매점 가운데 30여 곳이 떠났다. 그 대신 음식점과 커피전문점이 들어섰다. 최근 2년간 이곳 음식점 창업은 폐업보다 3.5배 많았다. 평균 영업기간은 6.6년이었다. 유동인구는 2013년 4만3800명에서 지난해 100만 명 이상으로 21.8배 증가했다.

김광석 길은 가수 고 김광석이 방천시장 인근에서 태어난 데 착안해 2010년 조성했다. 앞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門前成市·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도시재생이 시작됐다. 올해 문체부 ‘한국관광 100선’에 2년 연속 선정되면서 관광객은 더 늘었다. 중구가 2014년 9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지난달까지 351만8723명이 다녀갔다.

○전국적 성공모델 추진


계명대 산학협력단은 폐업과 유동인구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관협의체 구성 및 상생협약 체결 유도, 관련 조례 제정, 지역 정체성 보존을 위한 핵심시설 확보, ‘안심상가’ 운영 등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건물주와 상인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공유하고 상생 협약 및 임대료 상승 억제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도심형 안심상가는 지방자치단체가 낡은 상가를 리모델링해주는 대신 임대료를 일정 기간 올리지 않도록 해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중구는 안심상가로 이용할 수 있는 건물을 조사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보호해야 할 공간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한다. 지속가능발전구역은 임대료를 동결하는 기간에는 그 일부를 지자체가 보전해주거나 용적률 제한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상가 주인에게 지방세 감면 혜택도 줄 계획이다.

구의회는 이 같은 방안이 재건축과 재개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의회와 협력해 도시재생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골고루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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