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적폐청산 수사 넉달… 윗선서 말단까지 178명 불려간 국정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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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출석 위해 줄지어 휴가내기도
서훈 원장 “대공 수사권 폐지” 공언… 수사국 직원 신분 경찰로 바뀔수도

검찰의 ‘국가정보원 적폐 청산’ 수사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전현직 국정원 간부와 직원이 지난주까지 178명에 달하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8월부터 국정원 내부 개혁발전위원회(개혁위)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의뢰를 받아 4개월째 수사를 벌이고 있다. △2012년 대선 댓글 사건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사건 △보수단체 지원 화이트리스트 사건 △공영방송 장악 시도 의혹 등이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올 연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수사 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서 내년까지 수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우리가 조폭 같은 ‘범단’(범죄단체)인가”

검찰 수사가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국정원은 최근 자체적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전현직 간부와 직원이 몇 명인지 집계했다고 한다. 그 결과 24일까지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원장과 차장 등 간부와 직원은 총 178명이었다.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직원들이 출두하기 위해 줄지어 휴가를 내 업무 공백이 생기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42)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일상적으로 하던 업무가 ‘적폐’, ‘불법’으로 규정돼 형사처벌 대상이 되자 충격을 받은 직원이 많다고 한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이런 식이면 우리가 조직폭력배들처럼 ‘범단’(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자조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국내 정보 수집 파트가 해체된 상황에서 대공수사권 폐지 방침까지 확정되자 국정원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정원 개혁위는 20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해 입법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앞서 서훈 국정원장은 직원들 앞에서 “대공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만약 대공수사를 경찰이 전담하게 되면 국정원의 수사국 직원들 상당수는 경찰로 신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정원 수사국 직원들 대부분이 업무에서 손을 놓은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국내 정보 수집 파트 해체로 관련 업무를 하던 직원들은 최근 대공, 방첩, 대테러 정보 수집과 공작 활동을 하도록 업무가 조정됐다. 국정원은 해당 직원들 일부를 중국 등 해외로 출장을 보내 업무 적응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원세훈 28일 소환 조사

검찰은 댓글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66)을 28일 소환해 민간인 댓글부대, 이른바 ‘사이버 외곽팀’ 운영과 공영방송 장악 시도 의혹과 관련해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원 전 원장이 재직 중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하거나 정치인에게 전달하는 등 불법적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장으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퇴직자 모임 ‘양지회’의 간부들은 “자발적인 댓글 활동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양지회 간부들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은 “양지회 간부들이 원 전 원장에게서 댓글 활동에 나서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직원들에게 정치 관여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윤수 기자
#적폐청산#국정원#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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