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기사 일부 “본사 직접고용 원치 않는다”… 민노총에 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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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협력업체 ‘도원’ 기사들 “급조된 노조가 직접고용 외치는데 본사직원 되면 가맹점서 안 쓸것”
회사측은 ‘3자 합자회사’ 추진… “협력사-가맹점과 함께 기사 고용”

9월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에 ‘제빵기사 5378명의 직접 고용’이라는 행정지시를 내린 뒤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 당사자들 간 혼란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29일 법원 판결이라는 변수까지 앞둔 가운데 같은 제빵기사들 사이에서도 ‘직접 고용’과 ‘3자 합자회사 고용’이라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파격적인 행정지도가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대구 동구 라이온스협회 회관에서 제빵기사 2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직접고용만이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고용하고 있는 11개 협력업체 중 하나인 ‘도원’에 소속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이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기존에 나오던 제빵기사들의 주장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제빵기사들은 올해 8월 중순 노조를 설립한 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했다. 민노총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가 제빵기사들의 전체 목소리를 대변해온 셈이다. 파리바게뜨지회는 “3자 합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변칙적인 고용구조”라며 파리바게뜨 본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해 왔다.

제빵기사들은 성명서를 통해 “몇 개월 전 갑자기 생긴 노조가 마치 우리의 대표인 듯 나서서 직접고용을 원하는 것이 공통된 의견인 것처럼 얘기한다. 모든 기사가 다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본사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제빵기사가 본사 소속이 되면 가맹점주는 이들의 파견을 반대하고 직접 빵을 굽겠다고 나설 게 뻔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사들은 “지금도 본사 직원이 가맹점을 방문하면 긴장하는데 제빵기사가 본사 소속이 되면 가맹점주와 불편한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원에 소속된 제빵기사 680여 명 중 70% 이상이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왕선민 제빵기사는 “직접고용 논란이 이슈가 된 후 점포 매출이 10∼20% 떨어졌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본사가 늘어나는 인건비를 부담하려 하겠느냐”고 했다.

SPC는 제빵기사 직접고용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SPC, 제빵기사가 소속된 협력업체, 가맹점주협의회 등 3자가 합자회사를 만들어 고용을 승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1개 협력업체는 본사가 직접고용을 하면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 내키지는 않지만 사업을 그만두지 않기 위해서는 3자 합자회사가 유일한 방안이다. 가맹점주들도 본사 소속 직원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3자 합자회사는 ‘해피파트너즈’라는 이름으로 이미 법인 등록을 마쳤다. 다만 제빵기사 전원으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까지 전체 제빵기사 중 약 40%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는 지난달 정부를 상대로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취소의 소’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 시한은 29일까지로 연기됐다. 첫 심문이 22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이뤄진다. 법원 판결이 상당수 혼란을 잠재워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제빵업계에서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 정부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제빵업계 관계자는 “당장 가맹점주들 중 직접 기술을 배워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시일이 촉박한 직접고용 명령을 내려 오히려 제빵기사들의 고용상태를 불안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파리바게뜨#제빵기사#직접고용#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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