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전문가 기고]흔들림, 지진(地震)과 수능성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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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은 땅의 떨림(地震)이 인간의 떨림을 만들어낸 기간이었다. 인간이 만든 건물, 담장 같은 건축물이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신하는 존재가 자연 앞에서 한없는 왜소함을 느끼게 되었다. 피해를 직접 경험한 지역에서는 일상이 파괴되었고, 결국 국가의 큰 일정인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연기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떨림, 흔들린다는 것이 단지 두려움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변화가 없을 때는 그 익숙함으로 인해 간과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큰 변화가 있고서야 깨닫게 된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지진 피해지역 수험생들을 걱정하는 수많은 댓글에서 새삼 확인한다. 흔들림으로 인해 더 단단해짐을 목도한 셈이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고, ‘흔들리는 나침반은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경구도 있지 않은가?

이제 수능일 변경을 넘어서서 입시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흔들림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능 연기를 두고 초유의 사태라고 말하는 언론 표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 수능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인생을 좌우하는 무게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성취하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인생의 좌절에 비유된다. 원했던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평생 그 결과를 목안의 가시처럼 아프게 느낀다. 수능성적표에는 표준점수, 등급, 백분위가 과목별로 나열되어 있다. 신장과 몸무게 등 몸을 수치화하는 것 이외에 한 인간에게서 이렇게 많은 숫자를 단 한 번의 시험으로부터 뽑아낼 수 있다는 놀라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성적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이고, 그 숫자들은 평생 흔들림 없이 그의 능력으로 확정된다.

물론 장기 한판을 둘 때도 우리는 이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처럼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과 함께 게임하는 사람이나 게임을 익혀온 시간에 대한 예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끝난 후에도 그 결과를 계속해서 내세우는 것은 어떨까? 예컨대, 1년 전 장기에서 이겼다고 계속 자랑하는 사람들을 남들은 어떻게 보겠는가? 한 작가는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출신 학교를 자랑하거나 혹은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흔들리지 못하고 있음을, 그래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과거의 노력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과거에만 기대어 오늘을 살지는 말아야 한다. 입시가 끝나고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면, 이제 새로운 길을 나서야 한다. 흔들리는 나침판을 가지고서…



홍영용 예섬입시연구소장
#지진#예섬입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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