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욕받이’ 정범모의 변신 “팔각도는 신경 쓰지 않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7일 05시 30분


한화 정범모. 스포츠동아DB
한화 정범모. 스포츠동아DB
한화 정범모(31)는 9월 한 매체의 무분별한 비난 기사 탓에 홍역을 치렀다. 2015시즌 저지른 몇 차례 본헤드플레이를 들춰내며 그를 조롱했던 것이다. 올 시즌 후반기부터 팀에 합류해 22경기 타율 0.256(43타수 11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고, 별다른 문제없이 백업포수로 활약하던 정범모 입장에선 그야말로 길을 걷다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정상적으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과거의 결정적 실수 탓에 끊임없이 비난받는 ‘욕받이’가 됐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 중인 팀의 마무리캠프 기간에 만난 그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제 욕 좀 그만 먹고 싶다”고 밝힌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정범모의 2015시즌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51경기에서 타율 0.135(96타수 13안타)로 부진했고, 수비에서도 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도루저지율도 0.159(40시도 7성공)에 그쳤다. 기록만 보면 장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여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있었다. 바로 ‘팔각도의 변화’였다.

한화 정범모.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정범모.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부진에는 이유가 있었다

정범모는 2014시즌 85경기에서 0.333의 도루저지율(63시도 21성공)을 기록했다. 도루저지 횟수는 리그 8위였고, 15회 이상 도루저지에 성공한 포수 가운데 도루저지율 2위였다. 군더더기 동작을 줄이고 스리쿼터 형태로 송구 방법을 바꾼 것이 주효했는데, 그 당시 한화 코칭스태프는 “정범모가 자기 것을 확실히 찾았다”며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러나 김성근 전 감독이 부임한 2015시즌부터 장점을 잃었다. 도루저지율은 2할 가까이 떨어졌다. 바뀐 송구동작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었다. “사이드(스리쿼터)로 송구하는 포수가 어디 있냐”는 김 전 감독의 불호령에 오버핸드 송구동작을 연습하느라 이른바 ‘자기 것’을 잃어버렸다.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지만, 갑작스레 폼을 바꾼 여파는 생각보다 오래갔다. 결국 2015시즌을 조기에 마감했고, 설상가상으로 손바닥 수술까지 받아 2년여를 제대로 뛰지 못했다.

한화 정범모. 스포츠동아DB
한화 정범모. 스포츠동아DB

● “전체적으로 다 바꾸겠다”

정범모에게 조심스레 팔각도와 관련한 질문을 했다. 그는 “그때의(2014시즌) 폼도 안 나온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가장 편안하게, 자세에 구애받지 않고 정확하게 송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하고 있다. 새롭게 합류한 강인권, 이희근 배터리코치도 정범모의 든든한 조력자다.

정범모는 “팔각도는 신경 쓰지 않겠다. 포구한 뒤 공이 손에 잡히는 대로 가장 정확하게 던지려고 한다. 대신 상체와 하체 밸런스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팔각도를 신경 쓰지 않고 송구하려면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모든 것을 다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캠프에서 강 코치와 함께하는 훈련 하나하나가 정범모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동기부여다. 강 코치는 “상체보다는 하체, 풋워크를 향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훈련 직후 땀범벅이 된 정범모는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훈련이다. 힘들기도 하지만, 도약하기 위해선 선택지가 없다.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