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달고 뛰면 나 좀 알아봐주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KBL 48경기 연속 ‘더블더블’ 삼성 라틀리프
2012년 NBA 좌절, 낙담했을 때 불러준 한국, 3연속 우승하고 딸도 낳아 이젠 은혜 갚고파
하지만 특별귀화 신청한 진짜 이유는 대표팀서 잘해 식은 농구 열기 살리는 것

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성장한 라틀리프는 자신의 성장에 대해 “빨리 뛰면 쉬운 레이업으로도 득점을 할 수 있다. 그걸 깨닫고 코트에서 ‘조깅’이 아니라 ‘스프린트’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수비를 뚫기에도 그게 훨씬 쉽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육상을 했던 라틀리프는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를 도맡던 에이스였다. 작은 사진은 라틀리프가 2015년 태어난 딸 레아(오른쪽)를 안고 있는 모습. 라틀리프는 경기 후 수훈선수로 선정되면 때때로 응원 온 딸을 무릎에 앉히고 인터뷰를 하곤 한다. 용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삼성 썬더스 페이스북
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성장한 라틀리프는 자신의 성장에 대해 “빨리 뛰면 쉬운 레이업으로도 득점을 할 수 있다. 그걸 깨닫고 코트에서 ‘조깅’이 아니라 ‘스프린트’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수비를 뚫기에도 그게 훨씬 쉽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육상을 했던 라틀리프는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를 도맡던 에이스였다. 작은 사진은 라틀리프가 2015년 태어난 딸 레아(오른쪽)를 안고 있는 모습. 라틀리프는 경기 후 수훈선수로 선정되면 때때로 응원 온 딸을 무릎에 앉히고 인터뷰를 하곤 한다. 용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삼성 썬더스 페이스북
뛰었다 하면 ‘더블더블’은 기본이다. 리카르도 라틀리프(28·삼성)는 11일 35득점-24리바운드로 48경기 연속 더블더블 달성과 함께 프로농구에 2011∼2012시즌 모비스에서 뛰던 테렌스 레더 이후 6시즌 만에 ‘30-20’까지 부활시켰다. 라틀리프는 “동료들 패스가 워낙 좋아 득점은 쉬웠다. 오히려 내가 해야 할 부분인 리바운드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13일 경기 용인 삼성 숙소에서 만난 라틀리프에게 30-20은 이미 친숙한 단어다. 2년째 국내 비시즌마다 뛰고 있는 필리핀 리그에서 라틀리프는 30-20을 이미 여러 번 해봤다. 그는 “경기가 48분이라 뛸 시간이 더 많아서 그렇다”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말했다.

다음 경기인 16일까지 5일의 공백을 견디고(?) 있다는 라틀리프는 “연속 경기가 더 좋다. 경기 사이에 휴일이 긴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피로를 모르는 사나이’로 불린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그는 진짜 피로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경기 도중 감독님이 타임아웃을 부르거나 누가 자유투를 던지면 그때 에너지를 충전한다. 올 시즌 경기 도중 힘들었던 기억이 딱 한 번 난다. 계속 속공을 주고받아 골대 사이를 8번 정도 왕복했는데, 다행히 문태영이 자유투를 얻어 숨을 돌렸다”며 웃었다.

48경기 연속 더블더블은 그가 얼마나 기복이 없었는지를 나타내는 증거다. 하지만 라틀리프는 “그간 딱 10득점, 10리바운드만 한 경기도 꽤 된다. 요즘엔 경기 종료 2분 남았는데 리바운드가 9개면 1개 남았다고 주변 스태프들이 알려준다. 이제 전반에 더블더블 달성이 목표”라고 했다.

올해로 6시즌째 한국 골밑을 지배하고 있는 ‘괴물’ 라틀리프의 탄생은 사실 그의 유일한 목표였던 미국프로농구(NBA) 지명이 좌절되면서 가능했다. 7개 구단의 초청을 받아 트라이아웃을 치르고 NBA 지명을 고대하던 그는 드래프트 무산 소식에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에이전트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당장 돈을 벌어야 했던 가정형편상 NBA 하부인 D리그에서 최저연봉을 받으며 NBA 콜업을 기다릴 수 없었다. 낙담해 있던 그의 전화벨이 다시 울렸고 에이전트는 한국 드래프트 참가를 권했다. 월급이 안정적으로 나온다는 얘기에 그는 결심을 굳혔다. 라틀리프는 그렇게 ‘수도가 서울’이란 사실 하나만 안 채 2012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선택이었지만 한국은 그의 인생을 다시없을 감격들로 채워줬다. 한국에서 그는 처음으로 돈을 벌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방’도 갖게 됐다. 오자마자 모비스에서 3연속 우승도 경험한 그는 2015년 수원에서 딸도 낳았다.

라틀리프는 한국 대표팀에서 한국이 자신과 가족에게 준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 한다. 특별귀화를 신청한 그는 “이미 대표팀에 김종규(LG), 이종현(현대모비스) 같은 재능 있는 빅맨이 있다. 다 나보다 키도 크고 젊다. 함께 뛸 수 있다면 내 리바운드 팁들을 공유하면서 골밑이 더 강한 팀이 되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그가 대표팀을 꿈꾸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에서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없다”는 것. “미국에서는 대학 시절에도 1만6000명의 관중이 농구장을 채웠고, 필리핀만 가도 사진 찍어달라는 팬들로 두 발짝 걷기도 힘들다. 한국 팬들도 열정적이지만 농구 열기는 필리핀의 10분의 1 정도인 것 같다. 한국에서도 그런 열기를 느끼고 싶다. 일단 국가대항전은 농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응원을 하게 되지 않나. 또 한일전 같은 경기는 모두들 관심이 많다. 대표팀이 좋은 경기를 한다면 프로농구의 인기를 찾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용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농구#더블더블#리카르도 라틀리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