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신항에 ‘미수습 아픔’ 남긴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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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못찾은 세월호 5人가족들, 수색 포기하고 200일만에 떠나기로
18일 영결식… 서울-안산서 장례식
정부, 선체수색-원인규명은 계속

13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 입구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사진 밑에는 ‘엄마 나가고 싶어요…’ ‘제발 찾아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세월호 침몰 1308일째. 단원고 2학년 6반 남현철 박영인 군과 양승진 선생님, 일반 승객 권재근 씨와 아들 혁규 군은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했다. 미수습자 찾기를 기원하며 만든 이동식 플래카드에는 빈칸이 4개 있었다. 미수습자 9명 가운데 유해를 수습한 네 명 사진이 빠진 자리였다. 목포신항에는 세월호가 여전히 기운 채 누워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조만간 목포신항, 그리고 세월호와 이별한다. 남은 미수습자 5명의 가족은 이르면 16일 목포신항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떠날 것으로 보인다.

입구에서 세월호를 살펴보던 최모 씨(61·전북 임실군)는 “큰형님 생일을 맞아 가족 10여 명이 추모하려 목포신항을 찾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난다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목포시 현장민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올 4월 세월호를 인양한 뒤 이곳을 찾는 추모객은 하루 평균 약 100명이었다. 그러나 피붙이를 찾지 못한 네 가족이 조만간 이곳, 세월호 곁을 떠난다는 말이 전해진 이날 추모객은 200여 명이 모였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는 바다에서 건져 올려져 올 4월 11일 여기에 거치됐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후 200일 넘게 임시숙소에 머물며 유해 수습 상황을 챙겼다.

남은 미수습자 네 가족은 14일 목포신항에서 해양수산부 관계자들로부터 세월호 선체를 똑바로 세운 뒤 어떻게 수색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예정이다. 이들 가족은 선체를 바로 세우더라도 유해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가족은 3년 넘은 기다림으로 몸과 마음이 극한에 처한 상황이다.

이들 가족은 16일 또는 17일 목포신항에서 성명을 발표한다. 성명에는 세월호 인양과 미수습자 찾기에 힘써 준 정부와 지지해 준 국민에 대한 감사의 뜻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18일에는 목포신항에서 유해 없는 영결식을 지낼 예정이다.

이후 경기 안산과 서울로 이동해 장례식장을 차리고 20일까지 삼일장을 치른다. 이들이 떠나도 세월호 선체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일부 진도군민은 목포신항을 찾아 이들 남은 네 가족을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 진도범군민대책위원회는 15일 미수습자 가족들과 슬픔을 함께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일부 미수습자 가족이 생활고를 겪는다는 소식에 도움의 손길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세월호#미수습#수색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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