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 김무성, 15분 기다리게 한 홍준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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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8명 318일만의 ‘회군’

아직은 어색해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김무성 의원(오른쪽)이 9일 재입당 간담회 때 홍준표 
대표(왼쪽) 옆에서 멋쩍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김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 8명의 복당에 일부 친박(친박근혜)계가 
반발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아직은 어색해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김무성 의원(오른쪽)이 9일 재입당 간담회 때 홍준표 대표(왼쪽) 옆에서 멋쩍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김 의원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 8명의 복당에 일부 친박(친박근혜)계가 반발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와 자리를 바꿔 놨노. 내 자리가 연데(여긴데)….”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6층에서 열린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 홍준표 대표가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늦게 간담회장에 들어서며 말했다. 평소 자신이 앉는 자리에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복당한 김무성 의원이 앉아 있자 에둘러 핀잔을 준 것이다. 간담회는 복당파 의원들의 일종의 ‘입당 신고식’이었다.

앞서 간담회장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강길부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정양석 홍철호 의원 등 복당파 8명이 오전 10시 반부터 둘러앉아 있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바로 옆 대표실에서 10분이 넘도록 나서질 않았다. 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복도에서 안절부절못했고, 복당파인 황 의원은 “다 끝난 게임인데 이렇게 기다리게 하느냐”고 혼잣말을 했다. 홍 대표가 복당파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바른정당을 탈당한 의원 8명이 8일 한국당에 복당했다. 바른정당 창당을 선언하며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탈당한 지 318일 만의 회군(回軍)이다. 이로써 탄핵 정국에서 쪼개졌던 보수 야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분적으로 재결합했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개혁 보수의 깃발을 내리지 않은 만큼 완전한 보수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홍 대표와 복당파의 첫 공동 일성은 “좌파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홍 대표는 간담회에서 “좌파 정부가 폭주기관차를 몰고 가는 데 대해 우리가 공동 전선을 펴서 저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도 “생각 차이나 과거 허물을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이 ‘보수는 무조건 하나로 뭉쳐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아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보수 대통합에 제일 먼저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김 의원은 간담회에 참석할지를 고민했다. 홍 대표가 주재하는 입당식에 참석하는 게 ‘보수 적통’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널리 알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주변에서 만류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홍 대표는 각각 ‘김영삼(YS) 직계’와 ‘YS 키즈’로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동기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나 혼자 빠지는 모습이 또 다른 억측을 만들 수 있다. (간담회에) 참석해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향한 비난은 감수할 테니 보수 재결합의 효과를 제대로 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앞으로 보수 대통합은 지방선거 때 국민의 심판으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의 적통은 한국당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고,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 대신 홍 대표는 옛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이었던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끄는 늘푸른한국당과 다음 주 통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김 의원 등의 복당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장외 설전을 벌였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침을 뱉고 떠난 자들의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친박 의원 15명은 복당에 반발하며 의원총회 소집 요청서를 냈다. 반면 정진석 의원은 “참호 속의 동료에게 총구를 겨누지 말라”고 맞섰다. 홍 대표도 “시대의 흐름도 모르고 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는 뜻) 같은 행동으로 당과 나라를 어지럽히는 철부지는 없어졌으면 한다”고 친박계를 겨냥했다.

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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