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기술 ‘캡차’ 뚫는 인공지능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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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카리어스AI, ‘RCN’ 개발… 왜곡된 문자 인식… 해독률 94.3%

캡차 보안 이미지. 사이언스 제공
캡차 보안 이미지. 사이언스 제공
사람과 컴퓨터를 구별하는 보안기술 ‘캡차(CAPTCHA)’를 풀어내는 인공지능(AI)이 등장했다. 미국의 AI 스타트업 비카리어스AI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7일자에 사람의 시각처리 과정을 모사한 알고리즘인 반복피질네트워크(RCN)를 개발해 캡차를 94.3%의 확률로 뚫었다고 밝혔다.

캡차는 텍스트를 의도적으로 비틀거나 덧칠해 컴퓨터가 인식하기 어렵게 만든 암호다. 주로 6∼8자의 알파벳이나 숫자를 일그러뜨려 제시한 뒤 이를 올바르게 인식하면 사람으로 판명한다. 자동화한 프로그램이 캡차를 해독할 확률은 1% 이하라고 알려져 있었다.

비카리어스AI가 개발한 RCN은 사람이 물체를 인식하는 방식을 따라한 알고리즘이다. 사람은 알파벳 A를 몇 번 따라 쓰며 학습하면 그 글자를 뒤집고, 기울이고, 비틀어도 알아볼 수 있다. 이를 AI에 접목한 것이다.

RCN은 두 번의 과정을 거쳐 정보를 처리한다. 우선 문자의 윤곽선에 점을 찍어 좌표로 만들어 형태를 읽어낸다. 이후 윤곽선 내부 표면의 색이나 균일도 등을 읽는다. RCN은 새로운 글자를 접하면 이 과정을 거쳐 기존에 배운 글자와 비교해 결론을 낸다.

사실 캡차 암호를 푼 AI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딥러닝으로 학습한 텍스트 인식 AI는 암호의 형태가 조금만 달라져도 암호를 풀지 못한다. 가령 글자의 자간을 15%만 넓히면 38.4%, 25% 넓히면 7% 수준으로 해독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반면 RCN은 자간이 달라지거나 비트는 방식을 바꿔도 해독률은 그대로다. 2300만 건의 이미지를 통해 학습한 딥러닝 알고리즘이 89.9%의 확률로 캡차를 해독하는 반면 RCN은 고작 500개의 이미지로 학습하고도 해독률이 더 높다. 효율을 5만 배가량 높인 셈이다.

딜립 조지 비카리어스AI 연구원은 “사람이 리캡차를 해독하는 확률도 87.4%에 그칠 정도로 암호의 형태가 복잡해졌지만 AI가 간단한 학습을 통해 이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실증했다. 더 발전된 보안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캡차#captcha#반복피질네트워크#r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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