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청탁받고 기사 배치 바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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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프로축구연맹 비판 기사… ‘임의로 재배치’ 사례 확인
한성숙 대표, 공식 사과문 발표

국내 최대 포털 기업인 네이버가 특정 단체의 청탁을 받고 기사를 재배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네이버는 관련 사실을 시인하고 한성숙 대표 명의로 공식 사과했다.

한 대표는 20일 오후 사과문을 통해 “네이버스포츠(네이버뉴스 스포츠섹션)에서 기사가 재배치됐다는 의혹이 나와 감사를 실시한 결과 담당자가 기사 재배치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사실을 확인했다”며 “네이버 사용자와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기사는 지난해 10월 3일 오마이뉴스가 ‘한국프로축구연맹, 누군가를 처벌할 자격이 있나’라는 제목으로 2013년 발생한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 사건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솜방망이 징계한 것을 비판한 내용이었다.

온라인매체인 엠스플뉴스는 이 기사가 네이버에 등장한 뒤 프로축구연맹 김모 팀장이 네이버스포츠 총괄인 금모 이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20일 공개하면서 네이버가 연맹 청탁을 받고 기사가 잘 보이지 않도록 재배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팀장은 당시 기사가 오르고 1시간여 뒤 금 이사에게 “K리그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한 번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김 팀장은 첫 문자를 보내고 2시간 반 지난 시점에 다시 금 이사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라고 보냈다. 첫 문자와 마지막 문자가 오간 동안 기존에 분당 한 개꼴로 달리던 댓글이 급속히 줄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기사 편집을 둘러싼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공정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달리 포털 기사 배치 공정성과 여론 조작 위험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네이버는 사과문에서 시스템 운영상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한 대표는 “스포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각종 협회, 단체 등과 협력하다 보니 기사 재배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지 못했다”며 “사업 제휴와 뉴스 서비스가 함께 있는 조직을 분리하고 인공지능(AI) 추천 기술을 적용해 내부 편집자가 기사 배치하는 영역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네이버#청탁#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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