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공산당의 중국, 인민의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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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를 여는 18일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둔 9일, 중국 국무원은 공산당 젊은 당원 대표들과 내외신 기자들의 만남 행사를 열었다. 중국에서 ‘치링허우’(70년대생) ‘바링허우’(80년대생) ‘주링허우’(90년대생)로 불리는 젊은 당원들에게 시 주석 등 당의 리더십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들을 수 있을지 기대했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25세 여성 당원은 “조국이 계속해서 강성해지고 있고 우리 젊은이들의 발전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 기자가 ‘여러분에게 가장 큰 행운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39세 여성 당원은 “매일 평화로운 태양 아래 목욕하는 행복한 생활과 국가의 발전 덕분에 우리가 존중받게 된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34세 남성 당원은 “강대한 조국이 우리에게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자신감을 주었다. 해외에서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고 생활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애국심을 존중하면서도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당의 선전물을 떠올리게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 외신 기자가 ‘당 기층 간부로서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지위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고 묻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한 당원은 대답을 피한 채 “시 총서기가 인민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느낀다”며 지난 5년간 당이 어떤 위대한 성공을 이뤘는지 말을 이어갔다.

행사 뒤 당원이 아닌 베이징의 20대 젊은이들을 만나

당원의 얘기를 전하며 생각을 물었다. 그들은 “젊은 당원들과 생각이 다르다”며 고개를 저었다. A 씨는 “중국이 발전한 것은 확실하지만 그들의 말은 지나치게 교조적이고 알맹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B 씨는 “당과 국가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라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 저런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C 씨는 “당 기층 대표들처럼 눈앞의 것만 보면 안 된다. 그들은 지나치게 아름답게만 본다. 하지만 중국의 지역 발전은 불균형하고 환경오염은 여전히 심각하다. 자신을 성찰하며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대국의 품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중국 젊은이지만 국가의 현실을 대하는 생각에 큰 차이가 있어 놀랐다.

9일 행사에는 당 대회 참가 대표자로서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200여 명을 선출하는 투표권을 얻은 35세 당원도 있었다. 중국 공산당원은 8875만8000명이다. 13억 인구 중 약 6.8%다. 그중 2280명 안에 든 것이니 0.00017%에 해당한다.

한 기자가 ‘어떻게 투표의 책임을 다할 것이고, 중앙위원 후보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느냐’고 묻자 35세 당 대표자는 “당 대표자가 된 것이 황공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당 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겠지만 권력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정치국 위원 25명, 그중 1명의 국가주석을 뽑을 권리는 없다. 단 한 번도 최고지도자를 스스로 뽑은 적 없는 박탈감이 중국의 평범한 젊은이들과 공산당 사이에 거리가 생기게 한 건 아닐까.

18일 아침 당 대회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민대회당을 찾은 당 중앙당교 교수는 상무위원 인선을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다. 보통의 당 대표로서 누가 물러나고 들어가는지 모른다. 당 대회가 아직 선거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권력 핵심부는 누가 상무위원이 될지 이른바 파벌 간 권력투쟁을 통해 선출해 놓은 상태였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시진핑#시진핑 집권 2기#공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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