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파워 넘치는 직장여성처럼… 우아한 동화속 공주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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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파리 패션위크 가보니

파리 패션위크 패션쇼장 밖에는 포토그래퍼수십명이 모델, 배우,소셜 인플루언서를 찍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다. 사진은 2일(현지시간) 스텔라맥카트니 컬렉션을 찾은 모델 아리조나 뮤즈. 파리=AP뉴시스
파리 패션위크 패션쇼장 밖에는 포토그래퍼수십명이 모델, 배우,소셜 인플루언서를 찍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다. 사진은 2일(현지시간) 스텔라맥카트니 컬렉션을 찾은 모델 아리조나 뮤즈. 파리=AP뉴시스
1980년대의 자유로움, 18세기 귀족의 화려함, 1960년대의 풍요로움 등 아름다운 시절로 여행을 떠난 2018년 파리 패션위크 현장. 디자이너가 꿈꾸는 ‘좋은 시절’을 찾아다니는 느낌이었다. 그곳에서 포착한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아봤다. 트렌드를 굳이 꼽자면 그냥 ‘즐겁게 옷을 입고 멋지게 꾸미자’가 아닐까. 내년 봄·여름을 기대하며.
셀린느 네이비 트렌치코트
셀린느 네이비 트렌치코트

셀린느-내 옷장이었으면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다. 셀린느 우먼이 서울에 산다면 광화문이나 여의도에서 일할 것 같다. 우아하면서 파워풀한 직장 여성을 떠올리게 해서 그렇다. 1일(현지 시간) 선보인 셀린느의 내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파워풀한 셀린느 우먼은 아웃도어와 만난 것 같았다. 장소는 파리 테니스 클럽. 안으로 들어가니 하얀색 거대한 텐트가 설치돼 있었다. 클럽 안에 텐트 쇼장을 만든 것이다. 이 구조물은 칠레 건축가 스밀한 라딕과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런웨이와 벤치의 좌석은 좁았다. 벤치 위에는 갖가지 색깔의 침낭이 놓여 있었다. 좁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침낭 위에 앉아 있다 보니 캠핑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셀린느의 내년 봄여름 컬렉션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1970, 1980년대 분위기를 살렸다고 한다. 실제로 자연 색감을 떠올리게 하는 브라운, 카키가 눈에 띄었다. 아웃도어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판초도 등장했다.
샤넬 쇼를 찾은 ‘더패션기타’ 블로거(가운데).클로에의 새 수장 나탸샤 랑세레비. 파리=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샤넬 쇼를 찾은 ‘더패션기타’ 블로거(가운데).
클로에의 새 수장 나탸샤 랑세레비. 파리=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반면에 디자이너 피비 필로의 장기인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아이코닉 트렌치코트, 1980년대 여성의 파워슈트를 연상케 하는 어깨가 넓은 오버사이즈 재킷, 플리츠 스커트가 눈에 띄었다. 특히 어깨는 동그란 오버사이즈, 허리는 잘록하게 벨트로 조인 네이비 트렌치코트는 여자라면 누구나 탐낼 룩.

디자이너 피비 필로는 5개 단어로 이번 컬렉션을 설명했다. 기쁜(Joyful), 장난기 있는(Playful), 엄격함(Rigor), 고상한(Elevated), 탐험(Exploration). 이런 단어가 모두 어울리는 여성이 있다면 참 매력적일 것이다.

동화속 공주님 같던 발렌티노. 파리=AP뉴시스
동화속 공주님 같던 발렌티노. 파리=AP뉴시스
발렌티노-공주님의 귀환


동화 속 공주님들이 다 모였다. 긴 드레스 자락을 끌고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 모였다.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드레스가 땅에 끌리는데도 세탁비쯤 아랑곳하지 않는 멋진 발렌티노 레이디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했다. 올리비아 팔레르모의 선명한 붉은 망토, 수주의 올 핑크 룩은 우아했다. 심지어 미국 캘리포니아 걸 밴드 ‘하임’ 자매마저 핑크빛 우아한 발렌티노 레이디로 변신해 있었다.

발렌티노의 2018 봄여름 컬렉션 장소가 된 파리 카르노 고등학교는 낡은 듯 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학교의 체육관으로도 쓰인다는 쇼 장소는 1880년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했다고 한다. 내부 메탈 구조가 에펠탑과 닮은 느낌이었다.

벨 에포크 시대의 건축물에서 시작된 발렌티노 쇼는 한없이 낭만적이었다. 1980년대 레트로가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발렌티노 쇼는 나 홀로 동화 속 공주님들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비닐을 씌운 스파이크 가방, 벨트로도 멜 수 있는 가방은 젊고 기발함에도 우아했다.

디자이너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는 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도착했을 때, 달에서 바라본 지구가 영감의 원천이었다. 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겠다는 의미로 발렌티노 하우스의 역사를 되돌아봤다고 한다. 실제로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 돋보이는 발렌티노 드레스는 환상적이었다. 리본 디테일이 있는 원 숄더 핑크빛 드레스가 뇌리에 박혔다. 럭셔리가 스트리트로 향할 때, 발렌티노는 끝까지 공주로 남겠다는 느낌. 물론 쿨한 공주다.

피날레도 남달랐다. 모델들이 한꺼번에 2층 테라스식 계단으로 올라가 한동안 서 있었다. 동화 속 무도회장에서처럼. 그리고 피치올리가 런웨이로 뛰어와 발렌티노 쿠튀르의 창시자 발렌티노 가라바니 씨와 포옹했다. 괜히 뭉클했다.

클로에의 새 수장 나탸샤 랑세레비.
클로에의 새 수장 나탸샤 랑세레비.


클로에·지방시-뉴 디자이너의 등장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는 새로운 여성 디자이너 파워가 돋보였다. 클로에와 지방시가 대표적이다. 클로에에는 나타샤 랑세레비가 새로운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됐다. 이번 파리 패션위크가 첫 쇼였다. 1952년 클로에 설립되고 1998년 마틴 싯봉 이후 최초의 프랑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루이뷔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 밑에서 15년을 함께했고,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컬렉션을 처음 선보인 것이다.

랑세레비의 첫 컬렉션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굉장히 호의적이다. 미국 보그닷컴은 “굉장히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평했다. 클로에 걸을 대표하는 프릴, 보헤미안식 여성스러움에 에지를 더했다는 평이다.

지방시의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는 클로에를 막 떠난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차지했다.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며 성별을 초월한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파리 패션위크#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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