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운용 캐나다, 인력은 韓의 4.5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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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출범 30돌]독립성 보장 위해 CEO 임기 없애
2012~16년 연평균 수익률 11.1%

세계 연기금의 모범 운영 사례로 평가받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2012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11.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금 규모는 국민연금의 절반 수준이지만 수익률은 두 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률의 비결을 ‘인재 경영’에서 찾는다. 수장 등 경영진부터 말단 운용역까지 최고의 투자 전문가들을 경쟁적으로 끌어모아 좋은 성과를 낸다는 의미다.

캐나다공적연금(CPP)도 1990년대 기금 고갈 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다. 그러자 1998년 CPPIB를 설립하고 금융·경영 전문가를 모아 경영진을 꾸렸다. 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롭도록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제한도 없앴다. 긴 호흡을 바탕으로 한 장기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력이 풍부하다 보니 전문성도 확보됐다. CPPIB는 약 300조 원의 자산을 1100여 명이 운용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약 240명의 인력이 600조 원을 운용하고 있다. 자율성을 보장받은 CPPIB는 안전자산 중심으로 운용하던 기금을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다양화해 글로벌 연기금 투자의 ‘롤 모델’이 됐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CPPIB는 40대 때부터 자산을 운용해 온 전문가가 70대까지 일하다 은퇴하기도 한다”며 “능력 있는 전문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책임 운용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유럽 2위 규모의 네덜란드공적연금 자산운용공사(APG)도 능력 있는 전문가를 끌어오는 데 주력한다. 특히 자금 운용 담당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직 문화가 강점이다. 박유경 APG 아시아지배구조 담당이사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담당자의 권한을 최대한 인정하는 평등한 조직 분위기가 있다”며 “정부 등 외부 간섭은 상상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최고경영자도 실력과 평판을 갖춘 전문가를 뽑아 본인이 물러나기 전까진 임기를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과 단절돼 외딴섬처럼 떨어져 있는 국민연금과 달리 이들은 해외 시장 개척과 글로벌 금융 투자회사들과의 접촉에도 적극적이다. CPPIB는 2015년 기준으로 해외 지사에만 170명 이상의 인력을 배치했다. 국민연금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에 25명이 근무 중이다. APG는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에 출장소를 두고 글로벌 금융사들과 적극 접촉하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도 기금 운용의 성과를 높이려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독립시키거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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