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전망 두달만에 더 낮춰… 脫원전 맞추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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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수급 계획서 100.5GW로 하향
7월 초안보다 1.4GW 적고, 2년전 예상 비해 11% 감소
“低성장-누진제 개편 효과 반영”에 “탈원전 뒷받침용” 의혹 제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전력 수요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새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전력)수요전망 워킹그룹’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7∼2031년)에 담길 전력 수요 재전망을 내놨다. 이 안에 따르면 2030년의 예상 전력 수요는 100.5GW(기가와트). 이는 2년 전인 2015년 발표된 7차 계획(113.2GW)보다 11%(12.7GW) 줄어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1기는 1∼1.4GW) 9∼12기 정도의 용량이 감소된 셈이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전력 수요 재전망은 7월 초안(101.9GW)보다도 1.4GW가 감소했다. 워킹그룹은 경제성장률(GDP) 전망치 조정(430MW)과 누진제 개편 효과 삭제(600MW), 전력 수요 조절(400MW) 등의 이유로 전망치를 더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7월 초안에서 사용한 GDP 전망치(2.47%)보다 낮은 2.43% 전망치를 사용했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는 단기성에 그칠 것으로 봤다. 또 수요자원 거래시장(DR) 등의 제도를 활용하면 최대 전력 수요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수요 변수도 이번 8차 계획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전기차 수요는 300MW로 계산해 수요 전망에 포함했다.

새 정부 출범 두 달 뒤인 7월 초안 발표 당시 장기 전력 수요 전망이 크게 바뀌면서 적지 않은 논란이 됐는데, 이번 재전망 발표에 대해서도 ‘불과 2년 만에 전력 수요 전망치가 10% 넘게 줄어들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처럼 수요 전망치가 줄어들면 신규 발전설비를 더 지을 필요가 없어지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한편 전력설비예비율 워킹그룹이 8월 초안 공개 당시 예비율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가 “전력 수급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7차 계획대로 유지한 것과 이번 전력 수요 전망치 하향 결정이 대비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적정 전력설비예비율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확보하는 추가 발전설비의 비중을 의미하는데, 전력 수요가 100이고 예비율이 22%라면 총전력설비는 122로 유지해야 한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수급 계획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급격한 수요 전망 조정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가 2년마다 세우는 15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이다. 현재까지 2030년의 설비 예비율(22%)과 전력수요 전망치(100.5GW)가 잠정 확정됐다.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그룹 등 다른 소위원회 회의가 남아있다. 이후 세미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말 최종안이 확정되게 된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박재명 기자
#전력수요#탈원전#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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