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내렸다” 엄마 외침에도… 다음 정류장까지 달린 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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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변경직후 “멈춰달라” 요청 거부
해당기사 “사고날까봐… 사과할 것”
7세딸, 휴대전화 빌려 엄마와 만나

서울시, 운영규정 위반여부 조사

서울의 시내버스 운전사가 일곱 살짜리 딸 혼자 정류장에 내렸다며 버스를 세워 달라는 엄마의 요구에도 다음 정류장까지 버스를 그대로 운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240번 버스기사 김모 씨(60)는 11일 오후 6시 27분경 서울 광진구 뚝도변전소 정류장에서 건대입구역 정류장을 향해 출발했다. 여성 승객 A 씨가 다급하게 “어린 딸아이가 혼자 내렸으니 버스를 세워 달라”고 소리쳤다. 버스가 뚝도변전소 정류장을 떠난 지 10초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버스는 4차로 도로의 4차로에서 3차로로 진입한 직후였다.

김 씨는 버스를 세우지 않고 건대입구역 정류장까지 250m를 몰았다. A 씨는 딸이 혼자 버스에서 내린 사실을 안 뒤 1분 30초 동안 버스 안에서 울먹이며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다른 승객들이 김 씨에게 차를 세울 것을 요구했으나 김 씨는 버스를 세우지 않았다. 건대입구역 정류장에서 내린 A 씨는 뚝도변전소 정류장까지 뛰었다. 다행히 딸은 행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엄마와 통화를 해 안전하게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A 씨는 곧장 인근 파출소로 가서 “버스기사를 처벌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경찰은 12일 김 씨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입건은 하지 않았다. A 씨와 같은 버스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시내버스를 관리하는 서울시의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김 씨의 처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시 조사 결과 버스가 뚝도변전소 정류장에 정차한 16초 동안 승객 10명이 버스에서 내렸는데 이 중 3명이 어린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A 씨의 딸이 제일 마지막에 내렸는데 다른 아이들을 따라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A 씨는 승객이 많아 혼잡한 버스의 뒤편에 있어서 딸과 함께 내리지 못했다.

김 씨는 서울시 조사에서 “차가 다니는 3차로에서 승객을 내려주면 사고가 발생할까봐 다음 정류장에 내려줬다”고 해명했다. 또 A 씨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버스회사 측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서울시 측에 전했다. 서울시는 김 씨와 버스회사 측이 버스 운영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정지영·신규진 기자
#버스#사고#기사#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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