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단체 입김에… 금융권 인사, 망사(亡事}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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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노조 “윤종규 회장 연임 반대”
사측은 후보선정 작업도중 눈치만

“한국거래소 이사장 낙하산 우려”
노조 시비에 공모 연장하기도

뒤집힌 금감원장, 시민단체 압력설
금융위원장도 한달간 표류하다 결론

금융권 인사가 갖은 외풍과 잡음에 시달리며 혼탁해지고 있다. 과거엔 정권 공신(功臣)을 내려 보내려는 정부의 압력이 인사 파행의 주된 원인이었다면 지금은 위(정부)는 물론 아래(노조), 옆(시민단체) 가릴 것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노조와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는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노조 개입과 낙하산 논란에 인사 파행

노조가 가장 적극적으로 인사에 개입하는 곳은 KB금융이다.

지금까지 KB금융 회장 자리는 정권 실세나 힘센 금융관료 출신들이 독차지했다. 정부 지분이 1%도 없는 순수 민간 금융회사임에도 뚜렷한 주인이 없어 낙하산의 먹잇감이 돼 왔다. 2014년 윤종규 회장이 내부 출신으로 처음 KB금융의 수장이 되자 노조는 “관치와 외압을 벗어난 역사적 날”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12일 KB금융 노조는 “사측이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조합원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며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갑작스럽게 회장 인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새 회장에게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미는 특정 후보가 따로 있는 건 아닌지 뒷말이 무성하다”며 “정부가 노조에 친화적이라 사측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사장 공모 절차를 마감한 한국거래소도 ‘깜깜이 공모’라는 노조 비판에 공모를 연장하기로 했다.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이달 4일 마감한 이사장 공모를 이달 26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 추가 공모를 하는 것은 거래소 설립 이후 처음이다.

거래소가 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모하기로 한 것은 최근 이사장 공모를 두고 낙하산 인사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다. 1차 공모 결과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며 공모가 끝나기도 전에 ‘내정 의혹’이 일었다.

○ 시민단체의 압력에 정부도 전전긍긍

현 정부의 금융권 인사에서 노조만큼 힘을 과시하는 집단은 시민단체다.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유력한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금융위원회가 최흥식 금감원장의 임명을 제청하기 전날까지도 금감원 내부에선 김 전 총장의 인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노조는 “김 전 총장을 환영한다”는 성명까지 낼 정도였다.

하지만 인사는 하루아침에 뒤집혔다. 금융권 안팎에선 청와대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반발을 끝내 이기지 못해 인선이 무산됐다는 설이 돌았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김 전 총장의 내정설이 퍼지자 “금융 분야에 전문성이 없으니 인선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앞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다시 금융당국 수장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을 때에도 논평을 내고 반대한 바 있다. 이후 금융위원장 인선은 한 달을 표류하다 최종구 현 금융위원장으로 결론이 났다.

친정부 낙하산 논란도 재연되고 있다.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몇 차례 연기되는 진통 끝에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경제정책 자문단에 참여했던 김지완 회장에게 돌아갔다. 금융권에 자리가 생길 때마다 하마평에 오른 몇몇 인사들은 한국거래소 이사장, Sh수협은행장 등 남은 인선에서도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송충현 balgun@donga.com·신민기 기자
#금융#인사#노조#시민단체#운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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