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 신약 사업 뛰어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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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신수종 사업’ 선정 7년만에… 日 다케다제약과 공동개발 계약
이미 바이오복제약 기술 인정받아…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 기대감

삼성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넘어 바이오 신약 개발에 본격 나선다. 2010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바이오·제약 분야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지 7년 만이다. 바이오시밀러에서 이뤄낸 성과를 바탕으로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신약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본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제약과 바이오 신약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의약품 개발 노하우와 다케다의 신약 개발 역량의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는 신물질 탐색, 임상, 허가, 상업화에 이르는 신약 개발의 전 과정에 협력하게 된다.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다케다는 우선 급성 췌장염 치료 후보 물질인 ‘TAK-671’에 대한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 TAK-671은 다케다가 개발한 후보 물질이다. 현재 임상에 들어가기 전 단계여서 양 사가 시너지를 내기 적절한 타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물질 분석, 임상 등의 플랫폼이 당장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케다는 소화기 내과 분야 치료제에 강점을 가져 왔다. 급성 췌장염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아 수요가 높은 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TAK-671의 전임상(임상 이전 단계)에 합류하고 내년부터는 다케다제약과 임상 1상을 공동 수행할 예정이다.

다케다가 협력 파트너로 삼성을 지목한 데에는 삼성의 발 빠른 바이오시밀러 개발 속도가 큰 몫을 했다. 바이오시밀러는 다루기 까다로운 바이오 물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개발에서 판매까지 5∼7년 걸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를 4∼5년으로 줄였다. 삼성의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는 회사 창립 4년 만인 2016년 유럽의약품청(EMA) 판매 승인을 받았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렌플렉시스(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도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승인을 받고 7월부터 시판하고 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는 EMA의 판매 허가 심사를 받는 중이다.

댄 큐란 다케다제약 대외협력 및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플랫폼과 기술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삼성과 연구개발(R&D)에서 상업화까지의 과정을 협력하면 양 사가 시너지를 발휘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삼성이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에 도전함으로써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도 곧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복제약을 넘어 신약에 도전함으로써 국내 바이오산업 전체에 새로운 활력이 돌 수도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투자비용의 한계 때문에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이 신약 개발의 일반적인 모델로 자리 잡아 왔다. 국내 제약회사가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면 임상 초기 단계에서 이 기술에 대한 권리를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하는 형식이다. 리스크 부담이 덜어지는 만큼 성공 후 배분될 수익도 적다. 반면 삼성이 처음부터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개발하면 신약에 대한 지분이 더 높아진다. 더불어 개발 노하우가 쌓이면 독자적인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5년 동안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플랫폼 및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다케다제약과의 공동 개발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R&D 역량을 바이오 신약으로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삼성#바이오 신약#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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