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사랑한 남편, 하늘서 영화 볼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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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외신기자 모델 故 힌츠페터 부인 브람슈테트씨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씨. 그는 “남편은 김사복 씨를 늘 애타게 찾았고 그리워했다”며 “그를 다시 만나지 못한 것이 마음에 항상 응어리처럼 남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쇼박스 제공
1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씨. 그는 “남편은 김사복 씨를 늘 애타게 찾았고 그리워했다”며 “그를 다시 만나지 못한 것이 마음에 항상 응어리처럼 남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쇼박스 제공
“아쉬웠어요. 남편이 영화를 같이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서…. 남편에게 광주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매 순간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살아있는 역사’였습니다.”

6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 중인 영화 ‘택시운전사’는 독일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씨(1937∼2016)와 그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 택시운전사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그는 ‘김사복’이란 이름의 기사가 모는 택시를 타고 광주에 잠입한 뒤 참혹한 현장을 10롤 분량의 필름에 담아 전 세계에 알렸다.

10일 영화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은 힌츠페터 씨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씨(80)는 ‘광주’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남편은 생전 자기가 겪었던 한 나라의 역사가 망각의 세계로 사라져 버리는 걸 원치 않았어요. 그래서 영화화에 응했습니다. 다음 세대들이 역사책과 더불어 영화로도 역사를 접한다면 좋지 않을까 기대하더군요. 한국의 민주화항쟁은 성공적이라고 느낀다면서, 이래서 진실을 위한 투쟁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인터뷰에 앞서 그는 서울 강남구의 배급사 사무실에서 자막이 입혀진 영화를 봤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수차례 봤던 터라 내용은 다 알고 있었지만 극장 영화로 만들어진 건 정말 흥분되는 일”이라며 “보고 나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벅찬 감정이 들었다. 굉장히 감동했다”고 말했다.

브람슈테트 씨는 지난해 광주 망월동에서 열린 남편의 추모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남편과 결혼한 뒤 이번이 8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그는 “결혼 이전에는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고, 특히 광주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며 “하지만 이제 매번 광주에 대해 울컥하는데 이것은 모두 남편에게서 감염된 감정”이라고 했다.

“남편은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여러 아시아 국가를 다니며 취재했지만 가장 애착 가는 곳이 광주라고 자주 이야기했어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너무 잘 안다면서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위험을 감수해 가면서 광주로 간 이유죠.”

그는 남편을 ‘굉장히 정적이지만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광주 촬영분을 종종 같이 보곤 했는데, 남편은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촬영을 하는 거예요. 끔찍한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용기를 갖고….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촬영하느냐고 물으면 답이 이래요. ‘난 해야만 했다’고요. 상황을 어떻게든 알려야 한다는 의지를 가졌던 거죠.”

최근 영화가 흥행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표했다. “영화를 봐주시는 분들, 남편을 추모해주시는 분들께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영화 택시운전사#힌츠페터 부인 브람슈테트#송강호#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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