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L 보이콧’ 굳어져 타격은 크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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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부진-대회 권위 떨어져도 한국팀 성적에는 긍정적 요인
A조 체코-스위스 등과 겨뤄볼만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2014년 소치 대회까지 5대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스타 선수들이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엔 오지 않는다. 게리 배트맨 NHL 커미셔너는 올 초부터 “단 한 명의 NHL 선수도 평창에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공언해 왔다. 지난달 NHL 사무국은 평창 올림픽 기간(2018년 2월 9∼25일)이 포함된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일정까지 발표했다. 평창올림픽조직위는 “NHL의 결정은 노사 협상의 과정으로 보인다. NHL의 불참을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으나 아이스하키계에서는 NHL의 평창행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평창으로서는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다. 남자 아이스하키가 ‘겨울올림픽의 꽃’이라고 평가받는 배경에는 NHL 스타플레이어들의 존재가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때 전체 입장 수입의 41% 정도가 아이스하키에서 나왔다. 소치 올림픽에서도 입장 수입의 30%를 차지했다.

평창조직위는 남녀 아이스하키 입장권 판매 수익을 전체 수입(약 1746억 원)의 19.5%인 341억5000만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흥행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이스하키에 열광하는 북미나 유럽 관광객들이 최고가 아닌 경기를 보러 평창까지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조직위는 국내 기업체 판매 등으로 티켓 판매 목표액을 채우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회 권위의 추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NHL은 2022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는 선수들을 파견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올해 9월 LA 킹스와 밴쿠버 캐넉스의 시범경기를 중국에서 연다. 내년에는 정규시즌 경기를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결국은 돈 문제다. 거대 시장이 될 수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NHL에 크게 매력적인 국가가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세계랭킹 21위인 한국이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NHL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면 한국이 같은 A조에 속한 캐나다(1위), 체코(6위), 스위스(7위) 등에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그렇지만 NHL 선수들이 빠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대표팀은 4월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카자흐스탄을 5-2로 꺾었다. 12번 맞붙어 12번 모두 패했던 카자흐스탄을 넘어서면서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 진출까지 성공했다.

톱 디비전의 단골손님인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스위스에 승리한 적이 있다. 한국도 얼마든지 스위스나 체코와 승부를 겨뤄볼 만하다는 얘기다. 국가대표 대표 공격수 조민호(안양 한라)는 “꿈에서 그리던 NHL 선수들과 같이 빙판에 서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목표는 상향 조정됐다. 이제는 1승이 문제가 아니다. 8강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보이콧#평창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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