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가죽공예 도시 ‘그라스’, 세계 향수 산업 중심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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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장갑에서 시작된 향수의 세계

루이뷔통의 향수 아틀리에 퐁텐 파르퓌메에 위치한 샘물이 흐르는 야외 분수. 루이뷔통 제공
루이뷔통의 향수 아틀리에 퐁텐 파르퓌메에 위치한 샘물이 흐르는 야외 분수. 루이뷔통 제공

루이뷔통이 첫 향수를 만든 것은 1927년이다. ‘부재의 시간(Heures d’Absences)’이란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이 향수는 DDP에서 열리는 루이뷔통의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전시에도 출품돼 있다.

루이뷔통은 2012년 자크 카발리에-벨트뤼 씨를 수석 조향사로 영입했다. 1년 뒤에는 1640년 프랑스 남부 도시 그라스에 세워진 ‘퐁텐 파르퓌메’라는 공방을 샀다. 이 공방은 ‘향기로운 분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 공방5은 LVMH그룹의 후각 창조 센터로 변모했다. 여기에는 카발리에-벨트뤼 씨뿐 아니라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수석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쉬의 아틀리에도 자리를 잡았다.

퐁텐 파르퓌메 입구. 루이뷔통 제공
퐁텐 파르퓌메 입구. 루이뷔통 제공

4년이 지난 지난해 9월 루이뷔통은 7개의 향수를 내놨다. 그라스 지역의 장미꽃 향기를 가득 머금은 ‘로즈 데 방(Rose des Vents)’, 은방울꽃과 재스민 꽃잎, 목련, 장미의 향이 함께 어우러진 ‘아포제(Apog´ee)’, 진한 월하향의 ‘튀르뷜랑스(Turbulences)’, 천연 가죽의 독특한 향기가 달콤한 살구 등과 어우러진 ‘당 라 포(Dans la peau)’, 아가우드와 화이트 플라워가 만난 ‘마티에르 누아르(Mati‘ere Noire)’, 전례 없는 바닐라 향기를 구현해낸 ‘콩트르 무아(Contre moi)’, 그리고 산딸기와 가죽 향이 신비롭게 조화를 이룬 ‘밀 푀(Mille feux)’다. 향수병 디자인은 산업디자이너 마크 뉴슨이 맡았다.

그라스는 세계적인 향수 산업의 중심지다. 카발리에-벨트뤼 씨는 “향수와 가죽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라스는 원래 가죽 공예로 유명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16세기에 향기가 나는 장갑이나 가죽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가죽과 향수의 관계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때 수석조향사, 장갑 제조인과 같은 직업이 생겨났다. 향수 에센스가 가죽 향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라스의 풍부한 장미, 재스민, 오렌지 꽃은 향기가 나는 장갑을 만드는 데 쓰였다. 19세기에 향수 산업이 급성장하며 향수 장갑 산업은 액체 향수 시장에 자리를 내줬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루이비통#향수#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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