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샤넬은 과거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낸 결과물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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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 그랑지…샤넬 시계·파인 주얼리 사업부 사장 인터뷰

샤넬은 영원한 클래식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하지만 경영학자가 이 브랜드의 DNA를 파고든다면 ‘파괴적 혁신자’로 칭할 것 같다. 샤넬을 만든 가브리엘 샤넬 여사의 삶 자체가 당대의 관행을 깬 혁신의 연속이었다. 처음으로 어깨에 메는 핸드백을 세상에 내놓았고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아 트위드 재킷을 탄생시켰다.

샤넬은 하우스의 창의적 유산을 모아 최근 서울에서 전시 형태로 선을 보였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서울 D뮤지엄에서 열린 ‘마드모아젤 프리베’ 전시다. 전시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프레데릭 그랑지 샤넬 시계·파인 주얼리 사업부 사장도 창의성에 대해 힘줘 말했다. 그는 “샤넬 하우스의 모든 것은 창의성으로 통한다”고 했다.

―마드모아젤 프리베는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에 이어 서울이 두 번째다. 왜 서울인가.

프레데릭 그랑지 샤넬 시계 및 파인 주얼리 사업부 사장이 지난달 서울 D뮤지엄에서 열린 마드모아젤 프리베 전시회장을 찾았다. 뒤로 샤넬 최초의 다이아몬드 주얼리 컬렉션 ‘비주 드 디아망’ 전시가 보인다. 샤넬 제공
프레데릭 그랑지 샤넬 시계 및 파인 주얼리 사업부 사장이 지난달 서울 D뮤지엄에서 열린 마드모아젤 프리베 전시회장을 찾았다. 뒤로 샤넬 최초의 다이아몬드 주얼리 컬렉션 ‘비주 드 디아망’ 전시가 보인다. 샤넬 제공

“샤넬과 서울은 인연이 깊다. 2015년엔 서울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열기도 했다. 한국은 역동적인 도시이고 당연히 전시를 한다면 서울이라고 생각했다. 내년 하반기(7∼12월)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샤넬의 한국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연다. 그만큼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샤넬 여사가 생전에 유일하게 디자인한 다이아몬드 주얼리 컬렉션 ‘비주 드 디아망’ 컬렉션이 이번 전시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샤넬은 원래 커스튬 주얼리로 유명한데 파인 주얼리로 영역을 확장한 배경이 뭔까.


“가브리엘 샤넬 여사는 1932년에 첫 파인 주얼리 컬렉션인 ‘비주 드 디아망’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아망 컬렉션은 총 45피스로 전시된 작품은 샤넬 아카이브를 보며 재현해낸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샤넬 여사가 이 컬렉션을 만들면서 당시 모든 파인 주얼리에 대한 관행, 즉 코드를 깼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그녀는 모자 디자인으로 시작한 패션 디자이너였다. 1929년 세계적인 대공황이 왔고, 다이아몬드 업계가 거의 부도 직면에 놓여 있었다. 망했다는 분위기로 다들 사업을 접는 분위기였다. 이때 샤넬은 오히려 다이아몬드로 손을 뻗었다.

다이아몬드 등 고급 보석을 이용하는 파인 주얼리 업계는 남자들이 지배했었다. 여성으로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도 당시의 코드를 깬 것이다. 또 처음으로 파인 주얼리를 마네킹 위에, 패션과 함께 매치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당시 값비싼 파인 주얼리는 토르소 정도에 걸려 있었다.”

―샤넬의 컬렉션은 늘 샤넬 여사의 역사 속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다.

“샤넬 하우스의 모든 것은 창의성으로 통한다. 과거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낸 결과물이 샤넬이다. 아카이브를 보면 창작할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샤넬은 패션으로 출발했는데 놀랍게도 스위스 중심의 하이엔드 워치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비결은….

샤넬 ‘플라잉 클라우드’ 하이 주얼리 컬렉션.
샤넬 ‘플라잉 클라우드’ 하이 주얼리 컬렉션.

“워치 메이커가 된 지 올해로 딱 30년이다. 스위스 시계 역사에 비해 짧다. 하지만 시계에서도 우리는 창의성에 주목했다. 여성을 위한 시계를 만들며 야심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1987년 숫자가 전혀 없는 시계 ‘프리미에르’가 첫 작품이다. 이후 2000년 선보인 ‘J12’는 세계 처음으로 블랙 세라믹 소재를 고급 시계에 사용했다. 2003년엔 화이트 세라믹도 선보였다. J12는 21세기의 아이코닉한 시계 리스트에 올랐다.

2015년부터는 자체 무브먼트에 공을 들였다. 2016년 바젤에서 칼리브1, 올해 바젤에서 칼리브2를 내놨다. 샤넬의 상징인 카멜리아 꽃잎처럼 섬세하게 만든 무브먼트다. 이게 샤넬 워치의 특징이다. 우리는 기술의 한계 때문에 디자인을 희생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위해 기술이 있는 것이다. 장인정신이 들어간 특별한 시계를 만들려 한다.”

그랑지 사장은 인터뷰 도중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보여줬다. ‘마드모아젤 J12’ 블랙. 지난해 555개만 나와 금방 완판된 제품이다. 시곗바늘이 있어야 할 자리에 가브리엘 샤넬 여사가 트위드 재킷과 스커트를 입고 두 팔을 벌리고 있다. 두 팔이 시곗바늘인 셈이다. 이 위트 있는 디자인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력이 돋보이는 시계다. 자동식 시계는 독특한 기능 하나하나를 선보이려면 수많은 부품과 정교한 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위스 고급 시계 시장은 불황이다. 샤넬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랑지 사장이 차고 있던 샤넬 마드모아젤 J12.
그랑지 사장이 차고 있던 샤넬 마드모아젤 J12.

“세계 시계 시장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부패방지법이 강화된 것이 영향을 줬다. 그런데 샤넬은 괜찮다. 지금 어려운 것은 남성 시장이다. 샤넬은 여성 시계를 주로 만든다. 여성 시계 시장은 성장세다. 전 세계적으로 (선물용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도 하다. 아름다운 창작물을 지향하는 샤넬 하우스의 시계는 성장하고 있다.”

―직전까지 일본 루이뷔통 지사장을 지냈고, LVMH에 적을 오래 뒀었다. 지난해 샤넬로 옮기고 나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두 회사는 매우 다르다. 샤넬은 가족경영을 하는 프라이빗한 회사다. 조직 자체가 다르다. (샤넬은 유한회사이고 LVMH는 상장사다.) 샤넬의 장점은 가족경영 덕분에 장기적인 비전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계, 파인 주얼리 분야는 특히 창의성과 비전이 중요하다. 가브리엘 샤넬 여사는 파인 주얼리 업계가 파산에 직면했던 1930년대에 당시의 관행을 깨고 비주 드 디아망 컬렉션을 창조했다. 20∼50년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올해 샤넬 시계와 파인 주얼리 분야의 주요 사업은….

“2020년까지 정해진 사업이 굉장히 많다. 당장은 프랑스 남부에서 ‘플라잉 클라우드’라는 창조적인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뷰 후 컬렉션이 공개됐다.) 플라잉 클라우드는 샤넬 여사의 연인이던 웨스터민스터 공작의 요트 이름이다. 굉장한 기발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패션#명품#인터뷰#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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