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인기 끄는 이유 궁금해서 왔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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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
국내서 200쇄 돌파한 전작 이어 ‘잭키 마론과 악당 황금손’ 출간

프란치스카 비어만 씨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세계의 동화 30여 편을 검토해 다음 작품의 이야기 모티브로 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프란치스카 비어만 씨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세계의 동화 30여 편을 검토해 다음 작품의 이야기 모티브로 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베스트셀러 동화 ‘책 먹는 여우’의 독일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 씨(47)가 새 책 ‘잭키 마론과 악당 황금손’(주니어김영사) 출간을 맞아 한국을 찾아왔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언론간담회를 연 그는 “처음으로 한국어판을 독일어판보다 먼저 내게 됐다. 한국 독자들이 내 이야기를 좋아해 주는 까닭이 궁금해 가족과 함께 다음 달까지 머물면서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4년 전 처음 서울에 와서 열흘 정도 체류했지만 한국 사람과 문화에 대해 알아볼 기회는 없었다. 이번에 출판사 제안을 받고 한글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하고 책 표지 한글 제목도 내가 써 봤다. 솔직히 ‘썼다’기보다는 그린 거지만…. 그럭저럭 읽을 만하지 않나? 하하.”

함부르크 디자인전문예술대를 졸업한 비어만 씨는 1999년 첫 책을 낸 뒤 줄곧 글과 그림을 혼자 쓰고 그려 왔다. 2000년 발표한 ‘책 먹는 여우’가 14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명성을 얻었다. 이 동화는 독일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고 연극으로도 각색돼 계속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는 2001년 번역 출간돼 200쇄를 돌파했다.

그의 이야기 속 주인공 캐릭터 여우는 책을 너무 좋아해 소금과 후추를 뿌려 닥치는 대로 먹어버리는 습관을 가졌다. 이번 신간은 수많은 책을 먹어 삼킨 여우가 직접 새 책을 집필한다는 설정을 내세운 어린이 탐정소설이다. 비어만 씨는 “여우가 그동안 먹은 이야기 파편들로 어떤 새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독일어 ‘verschlingen’은 ‘집어삼키다’라는 뜻이지만 책을 독파한다는 의미로도 쓴다. ‘두툼한 햄’을 뜻하는 ‘dicker schinken’은 두꺼운 책을 표현할 때도 쓰는 말이다. 그런 언어 표현에서 책 먹는 여우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늦둥이 셋째 딸로 태어나 할머니 서재에서 혼자 동화책 읽을 때가 어린 시절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비어만 씨는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 마지막 장면에서 마녀가 지글지글 불타 죽는 순간 느낀 짜릿한 희열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시절 담아둔 좋은 기억의 파편을 나도 책 먹는 여우처럼 모티브로 사용한다”고 했다.

“즐거운 이야기는 즐거운 표현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토론의 주제로 삼을 진지한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과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면서 함께 놀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건 상상력이 제한되기 쉬운 인터넷 시대에 어른들이 꼭 해야 할 의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잭키 마론과 악당 황금손#프란치스카 비어만#책 먹는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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