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窮則通(궁즉통)’ 결핍은 창의성의 샘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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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서 치킨을 배달시키려 했지만 돈이 없거나 가게가 문을 닫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냉장고를 열고 그 안에 남은 음식을 최대한 활용해서 뭐라도 만들어 먹는 수밖에 없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인간은 부족함에 맞닥뜨리면 창의성을 발휘한다.

물질의 부족이 창의성을 높여준다는 가설을 최근 미국 일리노이대, 존스홉킨스대의 마케팅 연구자들이 실험으로 검증했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성장 과정에서 물질적으로 풍족한 경험을 했던 이야기를 컴퓨터에 3분 동안 기록하게 했다. 두 번째 그룹에는 물질적으로 부족했던 경험에 대해 3분간 기록하게 했다. 세 번째 그룹엔 아무 지시도 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 모두에게 블록 장난감을 주고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들어 보라 했다. 완성품을 놓고 제4의 관찰자들이 창의성을 평가했다. 물질적으로 부족했던 경험에 대해 에세이를 썼던 사람들이 다른 그룹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뽁뽁이 포장지의 색다른 용도를 생각해 봐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풍족했던 경험에 대해 기록했던 사람들은 ‘충격 흡수’라는 용도에 집착한 반면, 부족했던 경험에 대해 에세이를 쓴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왜 자원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까? 사람은 문제를 해결할 때 일반적으로 머릿속의 에너지를 가장 적게 쓰는 방법을 택한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플 때 돈이 있다면 바로 치킨집에 전화를 한다. 돈이 없어야 새로운 해결책을 궁리하게 된다. 잘사는 나라에서는 버릴 법한 오래된 물건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창의적으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인들도 참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제품이나 새로운 콘셉트를 검증하기 위해 회의를 열거나 소비자를 인터뷰할 때는 회사의 자원이 풍족하지 않고 부족하다는 점을 미리 강조하는 게 낫다. 그래야 더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궁즉통#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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