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여야 지도자 한목소리 “한미 FTA는 경제동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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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하원의 무역위원회를 주도하는 의회 지도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신중한 협상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주문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빅4’ 의원들은 17일(현지 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한미 FTA는 단순한 경제협정이 아니라 혈맹 간의 전략적 이해를 담으려 했던 경제동맹”이라고 강조했다. FTA 재협상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주에 미국 정치권이 제동을 건 것이다.

미 의회 지도자들이 한미 FTA의 가치를 부인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정파를 초월해 노(No)를 외치는 모습에서 우리는 3권 분립이 살아있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실감한다.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건강한 견제기능과, 가치 동맹에 대해선 여야가 나뉘지 않는 초당적 대의 민주주의가 오늘의 미국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미국 주지사들도 다음 달 16일 시작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앞두고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게 경제적 동맹관계를 강조하는 등 자유무역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트럼프가 ‘메이드 인 아메리카’ 행사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되뇌며 정치적 실점을 만회하려고 애쓰는 것이 옹색해 보일 지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을 심각하게 거론한 것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작년 5월부터다. 이후 1년 넘도록 우리 정부가 어떤 준비를 했는지 궁금하다.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일 무역적자를 거론한 이후 주미 일본대사관부터 기업체 임직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총동원해 미국 경제에 대한 일본의 기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캐나다 정치인들은 NAFTA 재협상을 앞두고 미국 행정부 각료부터 의회와 주 정부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직접 만나 설득 중이다. 일본은 미국과 개정할 FTA가 없고, 캐나다는 미국 내 우군이 이미 충분한데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미 의회의 FTA 신중론은 우리에게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USTR가 어제 환율조작 금지를 골자로 하는 NAFTA 재협상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환율 관찰 대상국인 한국을 압박하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 지도부들이 협상무대가 열리기 전에 한미 FTA가 양국에 ‘윈윈’이라는 사실을 미국 정·관계에 충분히 알려야 할 것이다. 미 의회의 개입으로 개정 협상이 더 복잡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빅4’ 지도자들을 우군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기 바란다.
#한미 fta#경제동맹#fta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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