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시진핑 또 발등 찍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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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성공 선언/국제사회 반응]北도발로 체면 구긴 中
中외교부 당혹… 브리핑도 늦춰… “北의 안보리결의 위반에 반대”
‘대화 통한 해결’ 입장은 고수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입장 일치 및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직후 북한이 보란 듯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자 크게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4일 오전 8시 10분경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부터 1시간 30분 뒤인 오전 9시 40분경 북한이 ICBM을 쏘아 올렸다. 시 주석은 회담에 앞서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가 (동북아) 지역 전략 균형과 지역 국가들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기 때문에 배치 취소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는데 예기치 못했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체면을 크게 구겼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마이웨이 식으로 도발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에만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고 일방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이 많다.

중국의 당혹스러움은 이날 오후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평소 오후 3시(현지 시간)에 시작하던 브리핑은 3시 19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을 세 차례나 언급했다. 과거 행동을 촉구하는 발언에서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관련국’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겅 대변인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오랫동안 중국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의 공헌은 눈이 있으면 다 볼 수 있다(有目共睹)”고 다소 공격적으로 답변했다. 대북 압박이 부족하다는 ‘중국 책임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겅 대변인은 이어 ‘대화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눈길을 끄는 건 공교롭게도 이날까지 올해 3차례 시 주석-푸틴 총리 정상회담 때마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점이다. 푸틴 총리가 참석해 5월 14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일대일로 정상회의 때도, 지난달 8일 카자흐스탄에서 두 정상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했을 때도 모두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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