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여왕’과 ‘반주의 왕’이 펼친 환상 무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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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서 오페라 솔리스트 활약 황수미… 도이치와 내한 2년만의 듀오 공연
황 “선생님이 파트너로 존중 감사”… 도이치 “발전하는 모습 인상적”

2년 넘게 호흡을 맞춘 소프라노 황수미(오른쪽)와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는 18일 듀오 무대에서도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년 넘게 호흡을 맞춘 소프라노 황수미(오른쪽)와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는 18일 듀오 무대에서도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우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소프라노 황수미(31)와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72)의 듀오 무대.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황수미가 앙코르 곡을 부르다 흥에 겨워 핑그르르 한 바퀴 무대를 돌았다. 객석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성악 리사이틀 도중 감탄사가 나오기는 흔치 않다. 공연 뒤 황수미는 “더 돌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황수미와 ‘성악 반주의 왕’이라 불리는 도이치의 2년 만의 국내 무대로 브람스, 브리튼, 리스트, 슈트라우스 등의 노래가 무대에 올랐다. 특히 황수미는 도이치가 추천한 브리튼의 노래들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농익은 재능을 드러냈다.

황수미는 2014년 세계 3대 성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도이치다. 요나스 카우프만, 이언 보스트리지, 디아나 담라우, 마티아스 괴르네 등 세계 최고 성악가들의 반주를 맡은 거물 피아니스트다.

2013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황수미를 처음 만난 그는 콩쿠르가 끝난 뒤 이메일로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이후 그는 2015년 서울 공연을 비롯해 런던의 위그모어홀 등 유럽 주요 공연에서 황수미의 반주자가 됐다.

“동양인 음악가들이 감정 표현을 두려워하는데 황수미는 자신이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죠. 계속 발전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에요.”(도이치)

“선생님이 ‘이제 너는 파트너’라고 했을 때 정말 고마웠어요. 독일어에도 존칭이 있는데 편하게 반말을 쓰라고 하셨어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죠. 호호.”(황수미)

황수미는 2014년부터 독일의 본 오페라 극장의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솔리스트 15명 중 소프라노는 황수미를 포함해 3명뿐이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미나 역으로 데뷔한 뒤 투란도트, 리날도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아왔다.

“배역을 맡는 데 동양인이라서 한계가 있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마술피리는 독일인들이 대본 전부를 외울 정도로 잘 알고 있는 작품인데 주인공을 맡아서 영광이었죠. 앞으로도 좋은 배역을 맡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는 8월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등 올해도 유럽에서 바쁜 나날을 보낼 계획이다. 지금껏 리사이틀로만 국내 관객 앞에 섰던 그는 앞으로 오페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제 이름을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좋은 일이지만 콩쿠르 우승자 타이틀을 넘어서는 게 숙제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성악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소프라노 황수미#헬무트 도이치#오페라 마술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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