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생산거점 다시 옮기려면 첫 결정때를 돌아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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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거 해외로 ‘오프쇼어링(offshoring·기업들이 인건비 등 경비 절감을 위해 생산, 용역, 일자리 등을 해외로 내보내는 현상)’됐던 생산 거점을 자국으로 다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아디다스다. 이 회사는 최근 생산기지를 중국,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본국인 독일로 옮겼다. 로봇과 인공지능을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 덕분에 인건비가 저렴한 개도국을 찾아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디다스 외에 GM, 혼다 등 글로벌 기업들도 해외 공장 설비를 자국으로 ‘유턴’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히 비용 절감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갔을까. 이탈리아의 밀라노 폴리테크니코대 연구진은 리쇼어링의 주된 이유가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연구진은 ‘오프쇼어링 리서치 네트워크’의 자료를 활용해 150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생산 거점을 해외에서 자국으로 다시 옮기게 된 결정적 요소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분석 결과 기업들은 단순히 비용 절감 효과가 사라졌거나 해외 사업이 어려워진다는 이유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특히 당초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해 해외에 생산시설을 마련했을 경우 섣불리 생산 거점 이동 카드를 꺼내 들진 않았다. 그러나 현지 시장 성장이 둔화돼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거나, 해외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대가 어려워진 경우에는 자국으로의 이동을 선택했다. 이러한 현상은 정보기술(IT)이나 소프트웨어같이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산업주기가 짧은 산업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사실 본국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쉽사리 귀환을 결정하는 건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갈지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해외 시장으로 생산 거점을 옮길 당시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국내 복귀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창의성과 혁신을 저해하거나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생산거점#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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