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팔 분쟁 해법 ‘빈수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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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28시간 동안 ‘평화 올것’ 반복… 美입장-협상계획 등 전혀 언급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골 깊은 분쟁 중재자를 자처했을 때 세계는 특유의 해법을 기대했다. 신묘한 협상력으로 막대한 부를 이뤄냈다는 성공 스토리에다 ‘거래의 기술’이란 베스트셀러까지 쓴 부동산 재벌 출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22일)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23일)을 잇달아 만나며 자신이 중동 최대 이슈인 이-팔 분쟁 중재자임을 세계에 각인시키려고 했다. 그는 “두 지도자가 선의로 평화협상에 임하겠다고 내게 약속했다. 이-팔 평화를 위해선 뭐든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팔을 방문한 28시간 동안 아무런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팔 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추후 평화협상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도 같은 날 트럼프의 이스라엘 방문을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비유하는 칼럼을 실었다. 꾸준한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에게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든다는 심리학 용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나섰으니 평화가 이뤄질 것’이란 말을 반복하면서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지만 실체 없는 공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워싱턴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유지해온 두 국가 해법을 고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두 국가 해법 대신 어떤 해법으로 이-팔 분쟁을 풀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약했던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나 양국의 핵심 갈등 사안인 정착촌 건설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트럼프#이-팔 분쟁#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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