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게 비지떡?… 새 실손보험에 소비자 시큰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보험료차 안큰데 보장 크게 줄어”… 보험사 4월달 11만건 파는 동안 기존상품서 갈아타기 256건 그쳐
문재인 정부 보험료 추가 인하 방침에… 전문가 “비급여 표준화 서둘러야”


회사원 이모 씨(32·여)는 몇 년 전 A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에 가입해 요즘도 다달이 약 1만2500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 목돈을 마련하려면 이 보험료도 더 아껴야 했다. 이 씨는 지난달 선보인 새 실손의료보험으로 갈아타는 걸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그만뒀다.

같은 회사의 새 상품 기본형(온라인 단독형)은 약 8500원이었고 특약 3가지를 가입해도 약 1만200원으로 저렴했다. 하지만 특약의 경우 자기부담비율이 기존 상품보다 높고 보장금액도 제한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이 씨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조금 더 내더라도 기존 상품을 유지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기존 상품보다 35%(기본형 기준) 더 저렴한 ‘착한 실손’이 나왔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있다. 새 상품으로 갈아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적보험의 보장을 확대해 실손보험료를 더 낮추겠다고 밝힌 새 정부의 움직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 “몇 천 원 싸다고 마음 바뀌지 않아”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4월 한 달간 보험사 23곳에서 판매한 새 실손보험은 11만2273건이다. 실손보험을 파는 손해보험사 10곳과 생명보험사 13곳(5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KDB생명 제외)의 판매실적을 합산한 수치다. 기존 상품에서 새 상품으로 갈아탄 계약은 256건에 불과했다.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 소비자들이 대거 새 상품으로 갈아탈 것이란 예상과는 거리가 먼 결과다.

새 실손보험의 특징은 기본형과 특약 3가지를 분리해 판매된다는 점이다. 기본형은 대부분의 질병과 상해에 대한 진료를 보장하며,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등 특약은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특약은 자기부담비율이 기존 20%에서 30%로 올랐다. 연간 보장금액과 한도도 제한된다. 하지만 월 보험료가 1만 원대여서 체감 할인 효과가 소비자 기대를 밑돌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4월 전에 기존 상품에 가입하라며 ‘절판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기존 상품의 보험료가 지금처럼 가파르게 오르면 새 상품 기본형과 보험료 격차가 더 벌어지게 돼 새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보험료 추가 인하는 비급여 해결이 관건

소비자들은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더 줄이겠다는 새 정부의 방침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공적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항목을 축소하고 민간 보험료 부담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비급여 항목들이 급여 항목으로 바뀌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가 이뤄지고 수가가 통일돼 통제 효과가 생긴다”며 환영했다. 비급여 항목이 축소되면 실손보험 보장 영역이 줄어 보험료를 더 내릴 여력도 생길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기대다.

반면 비급여 항목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병원 수익과 직결되는 비급여 진료가 남발되거나 축소된 비급여 항목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병원마다 진료가 제각각인 비급여 항목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비급여를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착한 실손#보험#보험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